그렇다고 검찰이 권 대법관에 대해 불기소 처분(무혐의·기소유예 등)을 내린 것도 아니다. 권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공범이지만 기소할 정도는 아니고 아직 죄가 없다고 단정짓기도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어중간한 결론이다.
檢 "정치적 고려 없다, 철저히 법리따라 판단"
법원 내부선 "검찰 기소 기준 명확하지 않아"
검찰, 기소 독점주의도 재조명 "견제 수단 없어"
성창호 기소에 與 "사필귀정" 野 "정치 탄압"
하지만 서울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만이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 독점주의라는 막강한 권한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고 했다.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피의자가 기소되지 않은 것도, 그렇다고 불기소 처분을 받지 않은 것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전·현직 대법관들에겐 절제된 결정을 하며 성 부장판사에게만 엄격했다는 야당의 비난인데 검찰은 "철저히 법대로 했다"고 반박한다.
검찰은 성 부장판사가 2016년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영장전담판사로 재직할 당시 법관 비리 수사 확대를 저지하려 영장 기밀을 유출해 상부에 보고한 것을 '공무상 비밀누설'이라 판단해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약 2년간 헌법재판소에 근무하며 41건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관련 보고와 헌재 내부 평의를 포함해 대법원에 322건의 정보 보고를 했던 현직 부장판사는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도 "성 부장판사의 경우 법원 내부에 보고를 한 것이지만 헌재 파견 판사는 외부로 유출한 것이라 더 심각할 수도 있다"며 "사실 관계를 명확히 아는 검찰의 결론이 정확할 것이라 믿고 싶지만 검찰 스스로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직 법관 8명을 포함해 66명의 법관에 대해 대법원에 비위 통보도 했다. 기소된 8명과 재판을 피해간 58명의 법관을 나눈 기준에 대해서도 검찰은 '법리'를 강조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의 기준이 작의적인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었던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양승태 대법원에 대한 수사를 법원이 피해갈 수는 없다고 봤지만 법원 행정처의 힘이 약해지면서 검찰의 권력이 무소불위처럼 커질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법원 행정처의 비법관화를 지지하지만 여전히 검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무부와, 국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대검찰청 앞에서 사법부가 순식간에 무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사법행정권 수사 이후 더욱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이들이 누굴 기소하고 누굴 기소하지 않을지 결정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할 때 현행 법체계상 견제할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