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는 데 따른 중압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리 총리의 보고 역시 여느 해와 달리 박력 있기보다는 다소 쫓기는 듯 여유가 없어 행사에 참석한 대표들이 보내는 박수에 전혀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리 총리의 정부업무 보고는 미국과의 힘겨운 무역전쟁 여파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우선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목표로 6.0~6.5% 구간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6.5% 남짓이라며 구체적인 목표치를 내놓았으나 이번엔 목표 구간을 설정했다.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을 감안해 목표를 내려 잡은 것이다. 리 총리는 국내외 형세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올해 중국의 발전은 더 복잡하고 더 혹독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힘겨운 싸움을 치를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지속해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이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해 양대 비전으로 추진 중인 웨강아오(粤港澳)대만구(大灣區)와 슝안(雄安)신구(新區) 프로젝트에 큰 투자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올해 중국의 국방비 증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중국의 국방비는 지난해보다 7.5% 늘어난 1조1900억 위안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8.1% 증가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200조원 가까운 국방비 지출을 결정해 시 주석의 강군몽(强軍夢)을 계속 키워간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올해 4월 산둥성 칭다오에서 중국해군 성립 70주년 행사, 10월 국경절 퍼레이드에서 신무기 노출 등으로 근육질을 과시할 계획이다.
리 총리는 또 환경 보호와 관련해 한반도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주는 베이징-톈진-허베이성을 아우르는 이른바 징진지(京津冀)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계속 낮추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15일 폐막되는 이번 대회에선 외국 기업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외상투자법’이 통과될 예정이다. 외상투자법은 기존의 중외합자경영기업법, 중외합작경영기업법, 외자기업법 등 이른바 ‘외자 3법’을 사실상 대체하는 법이다.
중요한 건 이 외상투자법에 ‘중국 당국이 행정수단을 이용해 외자기업의 기술 이전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기술의 강제 이전은 그동안 줄곧 부당성 논란에 휩싸여 왔으며 미·중 갈등의 중요한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외상투자법 초안에 ‘중국기업과 외자 기업의 자발적인 기술협력은 격려한다’고 돼 있어 ‘강제’는 아닐지라도 ‘자발’의 미명 아래 기술 이전 강요가 계속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실효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