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렬된 2차 북·미 정상회담 탓?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과 올 1월, 각기 1차·4차 방중 때 전용 열차를 이용해 평양-베이징을 다녀왔는데, 모두 베이징에서 오후 3시쯤 출발해 24시간 만인 다음날 오후 3시를 전후해 평양에 당도했다. 지난해 5월과 6월, 각기 2차·3차 방중 때는 전용기를 이용했으며 평양에 오후 도착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도 마찬가지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평양 귀환은 북 주민들에게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일이다. 그래서 장시간 열차를 이용하더라도 주민들의 대대적인 환영 분위기 조성을 고려해 귀환 시간을 정한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 베트남 방문도 당초 2일 하노이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면 5일 오전 8~9시쯤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하노이 출발 시간을 앞당기면서 새벽 귀환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례적 새벽 귀환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상황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노동신문과 조중통은 김 위원장이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고 보도했으나 결렬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에 불과했다. “세계의 커다란 관심과 이목이 쏠린 가운데 제2차 조미(북미) 수뇌회담과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에 대한 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돌아오시는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를 맞이하기 위하여 역 구내에 달려 나온 군중들은 축하의 인사를 드릴 시각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다. 회담 결과에 대해선 최소한의 언급만 한 것이다.
아울러 결렬된 2차 정상회담 결과를 희석하기 위해 새벽 귀환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평양-하노이까지 왕복으로 장장 126시간가량 이르는 열차 여정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밤낮으로 노고를 선전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지난달 23일 김 위원장이 출발 당시 대대적인 환송 분위기를 만들면서 북미 담판에서 자신하는 모습이었다"며 "하지만 마땅한 결과를 내지 못하자 회담 결과보다는 밤새도록 인민들을 위해 야전 열차를 탔다는 식의 선전에 초점을 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