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그 축소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적극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초 도입 취지인 세원 양성화 효과를 거둔 만큼, 혜택을 줄일 때가 됐다는 의미다.
정부,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방침
제로페이 활성화 고심책인 듯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사업자의 탈세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당초 2002년에 일몰될 예정이었지만, 이후 기한이 계속 연장됐다. 일몰 시기가 다가오면 시민단체들은 ‘사실상의 증세’라며 공제 폐지 반대 운동을 벌였고, 제도 축소·폐지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책 목적에 따른 세부 조정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그간 8차례에 걸쳐 일몰 기한이 연장되면서 카드 소득공제는 직장인의 연말정산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공제율을 낮추거나 공제 한도를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언급한 것처럼 제로페이 이용액의 40%를 소득공제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소득공제율은 신용카드(15%), 직불카드(30%), 현금영수증(30%) 등 사용수단마다 다르다. 따라서 정부가 신용카드 공제율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소득공제율이 높은 제로페이의 혜택이 부각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카드 소득공제는 조금씩 축소해왔다”며 “제도 도입목적, 제로 페이 사용 활성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인 축소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제로페이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가맹점주와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제로 페이는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 추진한 이른바 ‘서울 페이’를 기반으로 한 결제 서비스다. 지난해 12월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소비자들의 제로페이에 대한 외면이 이어지면서 당국의 고민이 컸던 상황이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