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이 4일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취객을 구하다 숨진 여성 구급대원 고(故) 강연희 소방경(사망 당시 51세)에 대해 "위험직무순직이 아니다"고 결정한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강연희 구급대원 위험직무순직 부결에 반발
4일부터 세종시 정부청사 앞서 릴레이 시위
1차 전국 200여 명 동참…해시태그 운동도
"재해보상 심사에 현장 전문가 포함" 주장
유족도 재심 신청…로펌 '화우' 법률 지원
강 소방경은 지난해 4월 2일 익산역 앞 도로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윤모(48)씨를 119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기다가 봉변을 당했다. 윤씨는 강 소방경의 머리를 주먹으로 대여섯 차례 때리고 "○○년, XX를 찢어버린다" 등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 윤씨는 폭력 등 전과 44범이었다. 강 소방경은 사건 이후 불면증·어지럼증·딸꾹질에 시달리다 5월 1일 뇌출혈로 숨졌다.
소방공무원들은 "피는 펜보다 강하다"는 뜻이 담긴 '#피_더펜' 해시태그 운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피'는 현장근로자의 애환과 땀을, '펜'은 관료 중심적 사고와 행정의 권위주의를 상징한다고 소방공무원들은 밝혔다. 현장근로자보다 행정근로자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자는 취지다. 소방공무원들은 "강 소방경의 위험직무순직 부결 배경에는 항상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공무원 업무의 위험성과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관료들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유족인 남편 최태성(53) 소방위(김제소방서 화재진압대원)도 이날 공무원연금공단 서울지부를 통해 위험직무순직 재심을 청구했다. 법무법인 '화우'가 공익소송 형식으로 법률 지원에 나섰다.
화우 측은 "인사혁신처는 단순히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 심의 결과만 전달하면서 고인이 수행한 직무의 성격, 고도의 위험 요인, 스트레스의 심도, 객관적 병력의 유무 및 상관성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며 "재심과 추후 소송을 통해 고인의 사망이 법에서 정한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한다는 점을 객관적 사실과 법리를 통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들은 강 소방경의 죽음을 조직 전체의 일로 보고 있다. 소방관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3년~2018년 9월 구급대원 폭행은 1011건에 달했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위험직무로 결정되기를 기대했는데 부결돼 안타깝다"며 "향후 절차가 있으니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