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를 향한 선전 매체인 노동신문은 3일 김 위원장의 전날 베트남 귀국길을 대서특필하며 “최고 영도자께서 (동당)역에 도착하시자 환송 군중들이 꽃다발을 흔들며 역사적인 윁남(베트남) 방문 성과를 열렬히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호치민 주석의 묘소를 참배한 것과 영웅열사 추모비에 들러 헌화한 것도 각각의 기사로 다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수령의 무오류 신화를 전해야 하는 북한으로서 회담이 결렬된 것은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최고 지도자가 나서서 담판했는데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내부에 어떻게 알릴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회담을 통해 김정은은 자신이 우물 안 지도자라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며 “트럼프를 상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갈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겼다면 짧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내부 주민이 아닌 대외를 향한 선전 매체를 통해선 회담 결렬의 원인을 미국 측으로 돌리며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재일 조총련계 조선신보는 2일 ‘전면 해제가 아니라 민생 부분만 요구’ 기사를 통해 “우리는 조·미 현 신뢰수준을 볼 때 현 단계에서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를 내놨는데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해서 협상이 결렬됐다는 주장이다. 회담 결렬 후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하노이 현지에서 심야 기자회견으로 주장했던 내용과 동일하다.
조선신보 1일자에선 “(미국의)패권적 발상의 재현으로 조·미 교섭을 교착상태에 빠뜨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단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갖고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 비난이 아닌 미국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게 긍정적인 신호”라며 “북한도 지도자의 리더십이 걸려 있는 만큼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