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공무원 28.1% "직장 내에서 성희롱 당했다 "

중앙일보

입력 2019.03.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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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8.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10명중 3명은 2차 피해를 경험했다.  
 
여성가족부는 3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2015년부터 3년 마다 이뤄지는 조사다. 여가부는 전국 공공기관 400개와 민간 사업체 1200개를 대상으로 지난해 4월6일~12월 27일 조사했다. 상시 근로자 30인 이상인 공공기관과 민간 사업체의 직원 9304명과 성희롱  방지 업무담당자 1600명에게 설문조사했다.  

여가부, 2018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발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8.1%...10명중 3명은 '2차 피해' 경험
피해자 81.6% "피해 사실 알리지 않았다"

조사 결과 지난 3년간 직장에서 재직하는 동안 본인이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1%로 나타났다.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2015년도 조사결과(6.4%)에 비해 높아졌다. 공공기관ㆍ여성ㆍ저연령층ㆍ비정규직ㆍ사회서비스업의 성희롱 피해경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16.6%)의 성희롱 경험 비율이 민간사업체(6.5%)보다 약 2.5배 높았다. 여성(14.2%)이 남성(4.2%) 보다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이하(12.3%)>30대(10.0%) >40대(6.0%)>50대 이상(5.0%) 순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성희롱 피해가 빈번했다. 또 비정규직(9.9%)이 정규직(7.9%)보다 높았다. 
 
공공기관 직종별로는 지방자치단체(28.1%)가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대학(20%)>국가기관(13.9%) >초중고(10.9%) 가 이었다. 민간기업 직종별로는 사회서비스업(11%)의 성희롱 피해 경험이 많았고, 개인서비스업(8.0%)>제조업(7.0%) >유통서비스업(5.3%) 순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가해자의 직급과 성별에 대해 질문한 결과 ‘상급자’(61.1%)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은 ‘동급자’(21.2%)로 나타났고, 행위자의 성별은 대부분 남성(83.6%)이었다. 성희롱 발생 장소로는 ‘회식장소’(43.7%)와 ‘사무실’(36.8%)이 주로 꼽혔다.  
성희롱 피해를 겪은 이들은 이후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성희롱 피해 이후 ‘직장에 대한 실망감’(28.7%), ‘근로의욕 저하 등 업무 집중도 하락’(21.3.%), ‘건강 악화’(8.2%)등을 겪었다는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성희롱 피해 경험자의 대다수(81.6%)가 성희롱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9.7%),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1.8%) 등을 꼽았다. 여가부는 “성희롱 피해를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인식이 충분치 않고 조직의 문제해결 의지에 대한 낮은 신뢰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사진 픽사베이]

 
성희롱 피해 경험에 대해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이나 행동 등으로 인해 또 다시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27.8%에 달했다. 2차 피해는 여성ㆍ비정규직ㆍ직원 수가 작은 민간 사업체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황정임 선임연구위원은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 비율은 2015년도 조사결과에 비해 높아졌는데 이는 미투 운동 이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 민감성이 높아졌고, 공공부문의 경우 2018년 상반기 공공부문 성희롱 실태 전수조사 실시로 인해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 각 기관의 성희롱 방지 체계는 어느 정도 구축됐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피해자들도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피해 신고를 주저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앞으로 직장에서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고충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