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남북경제청 신설 구상…전날 무산 소식에 서둘러 빼
문 대통령은 5차례에 걸쳐 ‘신한반도체제’를 언급하며 “신한반도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 한반도에서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달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는 언급과 비교하면 진척된 내용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또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 간에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남북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공동위원회'는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에 이미 등장한 바 있다. 당시 남북은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한다"고 합의했다.
당초 청와대는 "남북 경제협력을 총괄하는 기구로 '남북경제청'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기념사 초안에 담았다. 대북 제재 완화와 동시에 과거의 남북경협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려 했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경제청 설립'은 최종 문안에서 제외됐다.
문 대통령은 3·1절을 맞아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는 역사 인식을 다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도 "칼 찬 순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권력기관 개혁을 피력했다. 이날은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다”며 “지금도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친일잔재”라고 했다.
반면 대일본 메시지는 한층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 관계의 정상화와 북일 관계 정상화로 연결되고,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평화안보 질서로 확장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며 "힘을 모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할 때 한국과 일본은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 강제징용, 위안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기념식 행사에는 롤러블 TV와 폴더블폰이 등장했다. 박유철 광복회장은 무대 바닥에서 올라온 LG전자 롤러블 TV를 보면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고, 경기고·보성중·중앙고 등 남학생 6명은 삼성전자 폴더블폰을 손에 들고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명단을 읽었다. 청와대는 “한국 IC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첨단매체로 독립선언서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