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3·1운동과 독립투사들을 자랑스럽게 기억했으면 합니다."
100주년을 맞은 3·1운동 기념식은 시민 축제였다. 1일 최악의 미세먼지 속에서도 행사가 치러진 광화문광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태극기를 손에 든 1만여명의 시민이 운집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행사장에는 어린 자녀의 손을 잡은 가족 단위 참석자가 많았다. 초등학생 세 딸과 함께 온 가족이 태극기를 들고 행사장을 찾은 김영기(39·서울 상계동)씨는 "아이들이 평소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등의 역사에 대해 딱딱하고 무섭게 느끼는 것 같아 여기서 축제처럼 만세삼창을 해보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택화(38·서울 신대방동)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과 광화문광장에 나왔다. 이씨는 "매년 돌아오는 3·1절이지만, 올해는 100주년이라 각별하게 느껴졌다"면서 "만세 퍼포먼스 등 볼거리도 많아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악 미세먼지에도 광화문광장 가득차
정오에 모두 태극기 흔들며 "만세" 삼창도
김영택(78)씨는 모자까지 갖춘 교복 차림에 이름표와 가방까지 메고 기념식에 참석했다. 김씨는 "10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신설동 가서 특별히 교복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북 황해도 출신인데 1·4후퇴 때 월남했다. 해방됐을 때 마을 청년들이 우리집에 와서 태극기 흔들며 춤췄던 것, 잔치했던 게 다 기억난다"며 "3·1운동 100주년이라니 유독 고향 생각이 많이 난다"고 얘기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은 오전 11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국민대표 33인의 입장과 함께 시작됐다. 국민대표 33인은 1919년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민족대표 33인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다. 생존 애국지사, 독립유공자 후손,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6·25 전사자 유가족, 월남전 참전용사, 민주화운동 유가족, 경찰, 소방관, 학생,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등이다.
기념식 이후에도 행사장 주변에서 각종 퍼포먼스가 진행돼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극단 파발극회 단원들이 독립운동가와 일본군의 차림으로 등장해 시민들과 사진을 찍었다. 자녀를 데리고 나온 시민들은 아이들에게 "100년 전에 독립운동하던 분들이랑 똑같은 모습"이라고 설명해줬다.
박형수·김정연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