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육사(李陸史)의 시 '광야(曠野)'와 '절정'이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앞두고 노래로, 음반으로 다시 태어났다.
'노래하는 환경운동가'인 이기영(63) 호서대 식품제약공학부 교수가 내놓은 기념 음반 '광야'다.
CD 재킷에는 서예가인 혜민 스님이 붓글씨로 쓴 두 글자 '광야'가 타이틀로 들어갔고, 화가 정미연 씨가 그린 이육사의 초상도 담겼다.
당시 베를린 공연에서는 동아방송예술대학 장기웅 교수가 지휘했고, 미국 뉴저지오페라에서 수석 소프라노로 활약 중인 김 성지 교수가 노래했다.
환경공학을 전공했지만, 이 교수는 4세 때부터 기타를 만지기 시작했고, 대학가요제에도 참가했다.
그는 "1978년 MBC 대학가요제 때 가수 심수봉(심민경) 씨와 나란히 본선을 앞두고 리허설까지 했는데, 막판에 빠지게 됐다"고 옛일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가톨릭 신자인 이 교수는 85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공대에서 수학하면서 그곳 성당에서 성가대 활동을 했다.
넉넉하지 않았던 그는 그곳 수녀님의 주선으로 독일 오페라의 거장 리하르트 바그너의 조카이자 실내악 연주자, 베를린 필하모니 지휘자였던 헤르만 바그너의 집에 머물게 됐다.
당시 여든을 훌쩍 넘겼던 헤르만 바그너는 아침마다 기공 체조를 하고 '노자'와 '장자' 등 동양 고전을 읽을 정도로 동양 문화에 심취해 있었다.
이 교수는 "원래 식품공학을 전공할 계획이었는데, 바그너의 영향으로 환경 쪽으로 박사 논문 주제를 바꿨다"며 "그에게 음악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89년 학위를 받고 귀국한 그는 호서대에 자리를 잡았다.
2001년에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 인아 씨와 '지구를 위하여'라는 환경 노래 음반을 냈다.
당시 54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음반 제작에 들어갔지만, 노래는 방송이 금지됐다. 모든 방송에서 하차해야 했고 연구비도 끊겼다.
하지만 합창으로 부른 이 노래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국 가곡 100곡 집’에 실렸고, 지금은 중학 2년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다.
이번에 발표한 '광야'는 그의 세 번째 음반이다.
이번 음반에서 이 교수는 '광야'와 함께 이 육사의 또 다른 시 '절정'을 직접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