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이 지리산 자락에 240억원을 들여 조성한 지리산역사문화관이 미흡한 준비로 문을 열지 않아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도 1년 뒤에나 문을 열 가능성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구례군, 지난해 6월 준공…내부 콘텐트 부족 개관 못해
전시관 3개 동 중 1개 비어 향후 21억원 추가 투입 예정
예산 낭비 논란 속 "개관까지 앞으로도 1년 필요할 듯"
구례군에 따르면 ‘차별화된 관광시설’을 목표로 한 체험 단지 조성 사업에는 국비와 군비 등 약 240억원이 투입됐다. 전시관 등 건물 신축, 분수나 연못 등을 갖춘 잔디광장을 포함한 3개 광장 조성, 조경 등에 예산이 쓰였다.
멀리서 본 지리산역사문화관의 모습은 청와대와 닮은꼴이다. 기와지붕을 얹은 콘크리트 건물의 외관과 배치가 청와대와 비슷해서다.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정면에 옆으로 긴 형태의 전시관 1동이 세워져 있다. 다른 2동의 전시관은 이 전시관의 양쪽에 앞뒤로 긴 형태로 들어섰다.
이들 전시관 준공 시점은 지난해 6월이다. 이어 6개월 뒤인 연말까지 조경 등 일대 조성 공사가 모두 끝났다. 구례군은 “시험 가동 및 점검을 거쳐 2019년 2월 무렵 개관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다. 그러나 3월을 바라보는 시점에도 “아직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개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구례군의 협조를 얻어 확인한 전시관 내부의 개관 준비 상태는 부실했다. 1관의 주요 공간인 기획전시실과 체험실은 아무런 작품이나 도구도 없이 텅 빈 상태였다. 사무실 용도로 쓰이는 공간에는 새로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테이블 2개와 의자 10여개만 놓여 먼지가 쌓여갔다.
2관·3관에는 콘텐트가 있지만 흥미로운 관람 요소가 없었다. 지리산의 역사를 소개하는 자료 전시나 차를 마시는 다도 문화 체험, 지리산 일대 주요 건축물 축소 모형 전시, 지리산 주요 명소를 비행 체험할 수 있는 VR 공간이 있었지만, 규모에 비해 특별한 것들은 아니었다. 어린이 체험실 역시 지리산과의 연결고리 없는 흔한 모습이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구례 마산면 광평리 김형구(52) 이장은 “얼마 전 구례군의 반회보에는 전시관에 놓을 오래된 유물을 기증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며 “많은 예산을 들여 지었으니 잘 활용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구례군은 올해도 지리산역사문화관에 21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1관에 콘텐트를 채워 넣기 위해서다. 구례군 관계자는 “당초 압화(꽃과 잎을 눌러서 만든 그림) 콘텐트를 담으려고 했으나 주변에 한국압화박물관이 있는 점에서 겹쳐 새 콘텐트를 고민하고 있다”며 “실제 개관까지 1년 안팎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구례=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