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김 특별대표가 비건 특별대표를 찾아왔다. 첫 실무협상 때 비건 특별대표가 직접 평양을 방문한 만큼 2차 실무협상은 김 특별대표가 비건을 방문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다. 협상 장소까지 양측이 주고 받으며 서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비건·김혁철 약 2주 만에 하노이 대면
6~8일 평양서 첫 실무협상 후 수싸움 본격화
27~28일 2차 정상회담이 엿새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람은 매일 만나 실무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도 미측 성 김 필리핀 대사와 북측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판문점(6차례)과 싱가포르 현지(3차례)에서 정상회담 직전까지 의제 조율을 벌였다.
두 사람이 어떤 협상 스타일로 상대방을 설득할지도 관심사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해 8월 임명된 뒤 청와대·외교부·국회 등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유연하고 개방적인' 면모를 보였다. 반면 김 특별대표는 스페인 전 대사 시절 북한 체제에 충성적인 발언 등으로 볼 때 '강경하고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김 특별대표는 전날 하노이 도착일부터 취재진을 따돌리는 등 허를 찌르는 행보를 보였다. 노이바이공항 VIP 출구를 통해 공항을 나올 거란 예상과 달리 일반 승객들이 이용하는 공항 1층 출국장을 통해 유유히 걸어나왔다. 하노이 경찰의 경호도 없이 김성혜 실장 등 실무진 3명과 단촐한 모습으로 나와 공항 앞에서 대기하던 벤츠 차량에 올라 VIP 출구에서 대기하던 대다수 취재진을 따돌렸다. 19일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VIP 출구로 나와 하노이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요란하게 입국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였다. 언론 조명을 피하기 위해 의전을 생략하고 실무적으로 움직였다.
비건 특별대표는 21일 오전 7시쯤 노이바이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시내 호텔로 이동했다. 그가 택한 '호텔 주 파르크 하노이'는 얼마 전까지 닛코 하노이 호텔로 불렸으며 일본 계열의 5성급 호텔이다. 영빈관과 10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한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등 북측 의전팀은 이날 오후 12시쯤 영빈관을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물 숙소와 회담장 점검을 계속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는 JW 메리어트호텔로 사실상 확정됐다고 현지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김 위원장 숙소로는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과 멜리아 호텔, 인터콘티넨털 웨스트레이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메트로폴 호텔은 영빈관 바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고, 멜리아 호텔은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자주 묵었다. 인터콘티넨털 웨스트레이크는 뒤 편에 서호 호수가 있어 경호상 유리해 김 위원장의 숙소는 물론 정상회담장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노이=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