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당시 ▶정부의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활동 무력화와 개입 ▶주무장관과 대통령의 불분명한 재공모 추진 요청 ▶구체적이지 못한 기관장 심사기준 등을 지적하며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
보수정부 공공기관 '재공모→낙하산 인사' 편법
檢 '환경부 블랙리스트'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한국공항공사 재공모 뒤 캠프 인사 임명
EBS사장 '밀실 재공모' 결정에 노조 반발
특히 검찰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환경부의 산하기관인 환경공단의 이사장·상임감사의 수상한 공모 과정이다. 환경공단은 지난해 7월 불분명한 이유로 1차 임원 공모에 합격한 후보자들을 전원 탈락시킨 뒤 재공모를 통해 친여 성향과 캠프 출신 인사를 임명했다.
검찰은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와 환경부가 개입해 특정 인사에게 특혜를 준 정황과 시점을 살펴보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도 검토 중이다.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한 '재공모→낙하산 임명' 방식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입맞에 맞는 사람을 기관장에 앉히려 즐겨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해 법무부의 표적감사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이헌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적폐 청산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는 과거와 다를 줄 알고 임기를 채울 줄 알았다"며 "하지만 과거 정부와 똑같이 표적 감사로 기관장들을 쫓아내는 걸 보며 정말 실망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2013년 한국도로공사 사장 1차 공모가 무산된 뒤 재공모에서 박근혜 캠프 유세단장을 맡았던 김학송 전 새누리당 의원이 사장 자리에 올랐다.
경실련은 2008년 보고서에서 "절차와 과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임추위를 통해 올라온 후보를 장관과 대통령이 거부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재공모 후 낙하산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 역시도 청산돼야 할 적폐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공항공사 임추위는 지난해 4월 5명의 후보를 추천해 기획재정부에 통보했지만 노조 반발 등이 겹쳐 재공모가 이뤄졌다. 이후 항공 교통 관련 경험이 전무한 손창완 전 경찰대학장이 임명됐다. 손 사장은 20대 총선에서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여권 인사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된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의 경우에도 최종 후보 3인에 오른 뒤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에서 탈락했지만 문체부의 재평가 요청 뒤 합격해 임명됐다.
당시 최종 후보자 3명에 포함된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는 유일하게 역량평가에 합격했지만 탈락했다. 사실상 재공모 절차를 거친 것이다. 윤 관장은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EBS의 경우도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장 후보자 4명 중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실시했다. EBS노조는 비공개로 진행된 재공모 결정를 비판하며 "방통위의 이런 ‘깜깜이’ 결정은 필연적으로 함량미달의 낙하산 사장들을 양산해왔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행처럼 이어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위법성을 처음으로 판단하는 수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실제 임원 재공모 과정에 합격한 인사에게 누가 어떻게 얼마나 특혜를 줬는지가 위법성 여부를 가르는 핵심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청와대와 환경부가 산하기관 인사와 관련해 협의를 하는 것은 통상 절차"라면서도 "청와대의 개입이 임원 채용 과정 중 어떤 시점에 이뤄졌는지도 주요한 법리 판단의 요소가 될 것"이라 말했다.
최종 합격자가 나온 뒤 검증 과정에 대해 청와대와 환경부의 협의였다면 통상 업무지만 면접 등 채용 절차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면 위법성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