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미국과 유럽 등에 살인적인 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한국은 강력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미네소타는 영하 48도 기록
온난화의 역설 … 세계 극과 극 날씨
“한반도 21세기 후반엔 한파 0일”
특히, 가장 추운 시기인 1월 서울의 평균기온이 영하 0.9도로 지난해(영하 4도)보다 3도 이상 높았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겨울 전체 기온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가장 추운 시기인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의 기온이 높다 보니 덜 추운 겨울이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과 극 날씨는 온난화 여파
이처럼 따뜻한 겨울과 살인 한파 등 극단적인 날씨가 동시에 나타나는 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온난화의 역설’이다.
윤 통보관은 “북극의 온난화로 극(極) 제트기류가 약화하고 남북으로 출렁이면 북극 한기가 내려오게 되는데 북반구 어디로 내려오느냐에 따라 한파 발생에서 기복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대로면 미래엔 한파일수 ‘0’
이번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해 2100년까지 온도 상승을 1.8도로 억제하는 최상의 시나리오(RCP2.6)부터,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4.7도 상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RCP8.5)까지 4단계에 걸쳐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의 한파일 수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가더라도 연간 16.9일에서 5.2일(21세기 후반기)로 크게 줄어든다. 결빙일수 역시 21일에서 5.6일로 감소한다. 결빙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0도 미만인 날을 말한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한파일과 결빙일수 모두 0이 된다. 사실상 한파라고 부를 맹추위나 한강이 어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최영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평균 기온을 높일 뿐 아니라, 기후 변동성도 크게 만들고 있다”며 “극한의 추위가 단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2100년으로 가면 한파는 거의 없어지거나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파 대신 고농도 미세먼지 증가
실제로 19일 눈이 내린 뒤로 추위가 풀리기가 무섭게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렸다. 이날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대부분 ‘나쁨(36~75㎍/㎥)’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수도권 지역에 첫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는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 극지방과 유라시아 대륙의 온도 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풍속이 감소하고 대기가 정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