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년 김세환, 이제 처음 트로트 불러봐요

중앙일보

입력 2019.02.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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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환은 동안 유지 비결을 묻자 ’지금도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탄다“고 답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랑이 무엇이냐~ 무엇이 사랑이더냐~”
 
흥겨운 도브로 기타 연주 사이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구성진 가락에 담백한 창법의 조화가 낯설면서도 반갑다. 가수 김세환(72)이 데뷔 50년 만에 처음 내놓은 트로트 곡이기 때문이다. 20일 발표한 정규 앨범 ‘올드 & 뉴’에는 ‘사랑이 무엇이냐’ 등 신곡 4곡과 ‘옛친구’같은 기존 히트곡 등 총 10곡이 담겼다. 2000년 리메이크 앨범 ‘리멤버’ 이후 19년 만에 나온 신보다.

19년 만의 앨범 ‘올드 & 뉴’ 발표
“청바지·통기타 시절 그리울 뿐”

발매 당일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김세환은 “오래간만에 녹음실에 들어가려니 떨려서 혼났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2009년 ‘지금은 라디오시대’, 2010년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출연을 계기로 조영남·송창식·윤형주·이장희 등 세시봉 멤버와 꾸준히 무대에 오른 사람답지 않은 의외의 대답이었다. “무대랑 취입은 완전히 달라요. 권투선수가 사각 링 위에 오르는 기분이랄까요. 입술에 침 한 번도 맘대로 바를 수 없는 걸요.”
 
무엇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사실 신곡을 내고 싶은 마음은 계속 있었죠. 그런데 좋은 곡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요. 나는 전통가요도 해보고 싶고 이것저것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많은데 맨날 비슷한 노래만 오더라고. 그러다 ‘옛날이 난 참 그립다/ 청바지 통기타 하나면 세상이 전부 내꺼같던/ 그 시절이 난 너무 그립다’(‘정말 그립다’)를 듣는데 와 이건 정말 내 얘긴데 싶더군요. 더 늦으면 힘들 것 같아 욕심도 나고요.”
 
‘내 나이가 어때서’로 스타덤에 오른 작곡가 정기수와 만나면서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또 다른 곡은 없냐”고 물을 때마다 한 곡씩 돌아온 곡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비가 오면 어느새’는 포크 감성을 그대로 계승하고, ‘내 세상’은 록의 느낌도 가미돼 있다. 4곡 모두 한 사람 작품이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구성이다. 직접 써볼 생각은 없었냐고 묻자 “두세곡 써봤는데 영 아니더라. 괜히 질척거리느니 열심히 부르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고 손사래를 쳤다.


1969년 TBC 대학생 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하며 데뷔한 그가 꼽은 장수 비결 역시 인복이다. 당시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경희대 선배 윤형주와 함께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 ‘돈 포겟 투 리멤버’를 불러 스타덤에 올랐다. “대한민국에서 나처럼 쉽게 된 가수는 없어요. 그땐 통행금지 때문에 행사 끝나면 집에도 못 갔거든. 근데 여기서는 송창식 형이 ‘사랑하는 마음’을 부르고, 저기서 장희 형이 ‘비’를 흥얼대고 있어요. ‘그 곡 내가 불러도 되냐’고 하면 바로 줬거든요. 감사하게도. 완전 행운아죠.”
 
하여 그의 지론도 명쾌했다. “세시봉 막내인 제가 벌써 일흔이 넘었잖아요. 형주 형하고 9개월 차이밖에 안 나는데 아직도 잔심부름을 다 시키는데. 여튼 그 시절 우리 노래를 좋아했던 학생들도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죠. 팬들도 같이 늙어가는 거예요. 그 사랑에 보답하려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해야죠. 50주년 기념 콘서트도 좋지만 노래 교실도 좋고 함께 노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습니다. 이제 ‘콘서트 7080’도 없어지고 ‘가요무대 하나밖에 안 남았잖아요. 그래도 이미자·나훈아·이장희 등 건재함을 보여줄 동지들이 많아 든든합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