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생명 뺏는 군사 훈련, 참여 못 해"
입대도 거부하려고 했지만, 가족들의 설득과 "전과자가 돼 어머니에게 불효할 수 없다"는 생각에 2011년 5월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군 생활 내내 "실제 전쟁이 일어나도 적에게 총을 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입대를 후회했다. 결국엔 자원해 군사훈련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회관 관리병으로 근무했다. 2013년 2월 제대한 그는 예비군에 편입됐지만 "더는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며 모든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
병역 거부 vs 양심적 병역거부
그는 예비군 훈련 거부로 수십 회에 걸쳐 사법 당국에 조사를 받고 14차례 고발됐다. 계속된 수사와 재판으로 안정된 직장도 구할 수 없어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이 됐지만, 그는 "유죄라면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법원 "개인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
이 판사는 "피고인이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과 신념에 반해 군에 입대하게 된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수년간 계속된 수사와 재판, 주변의 비난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피고인이 예비군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는 불이익이 훈련에 참석하는 것으로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훈련 거부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될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으로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해 진실이라고 소명된다"고 덧붙였다.
양심적 병역 거부 범위 확대될까…검찰은 항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한 뒤 하급심에서 100여건의 무죄 판결이 나왔다. 모두 여호와의 증인과 관련된 종교적 양심을 근거로 내린 무죄 선고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인데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헌법 19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고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아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으로 확고하고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은 '진실'"이라고 봤다.
이재은 판사 역시 A씨가 이런 신념을 갖게 된 배경 등을 검토한 결과 예비군 훈련거부를 절박하고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법원의 심리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