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의 의제 조율한 듯, 3단계 담판 돌입
의전팀 이어 김혁철 등 실무협상팀도 하노이행
금명간 북미 실무협상 본게임 들어갈 듯
북·미는 지난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판문점에서 출퇴근 회담을 한 뒤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회담에 북한에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미국 측에선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앤드루 김 당시 중앙정보국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나섰다. 그런데 이번에는 박철-웡의 사전 조율→김혁철-비건의 실무협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전직 정부 고위당국자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만남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던 것만큼 방향성을 잡는 협상이었다”며 “이번에는 북한 비핵화의 진전과 상응조치를 놓고 더욱 구체적이고 발전된 사안을 내놔야 하고, 복잡한 시퀀스(순서) 문제가 있어 세밀한 단계를 거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까지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북ㆍ미 실무협상에서 공동보도문의 초안 성격의 합의를 이뤄야 하는 만큼 실무협상 이전에 가지치기 성격의 접촉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 등 여야대표단을 만나 “(6~8일 방북기간)북미 회담의 의제 12가지에 동의했다”며 “협상을 위해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고려하면 북미가 열흘 가량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간’을 통해 교집합을 찾기 위한 방안을 만들었고, 실무협상의 속도를 내기 위해 사전 실무접촉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6일 의전팀을 이끌고 현지에 도착한 김창선 국무위 부장은 이날 정장 차림의 서류가방을 든 수행원들과 숙소인 영빈관을 나와 베트남 외교부를 방문했다. 그동안 현지를 둘러본 결과를 베트남 측에 통보하고 숙소와 회담장을 확정하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 부장 일행은 전날까지 베트남 시내의 숙소와 외곽의 경제시찰 후보지를 둘러봤다. 특히 북한 대표단은 사흘 연속으로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소를 염두에 둔 행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현지에서 나온다. 또 북미 의전팀들이 17일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에서 만나는 모습이 포착돼 이곳이 정상회담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