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이날 “미국은 시간이 촉박해 2차 실무협상을 일찍 하기를 원했지만, 북한이 여러 사정을 들어 연기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연기 사유엔 2차 협상 일정과 1차 협상 논의 내용이 언론에 일부 공개된 데 대한 불만도 포함됐다고 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비건 대표에 대해선 발표할 여행 일정이 없다”고만 확인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은 처음부터 2차 협상은 하노이 현지에서 정상회담 직전에 할 생각이었다”며 “그래서 협상팀보다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끄는 의전팀을 먼저 파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변 대가 제재 완화' 美 거부 불만, 신경전
핵심 의제 트럼프·김정은 담판 넘길 가능성
미 '개성공단=국제 제재', 금강산과 달리 봐
그렇다고 미국이 일부 제재 완화를 수용하기엔 “1994년 제네바 합의와 같은 말을 두 번 사선 안 된다”는 미국 의회의 강경 여론이 버티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물론 공화당과 지지층 내부에서도 이같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는 경계론이 확산돼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가운데 개성공단은 국제 제재의 일환이란 인식이 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금강산 '관광'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고 한국의 독자 조치로 중단한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최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를 재개하려고 하자 막았다"며 "미국의 조치는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재·압박을 유지하려는 협상 전술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최근 펠로시 의장과 국경장벽 협상 등 국내 정치에서 패배한 상황에서 2020년 재선 캠페인을 위해 북·미 핵 협상의 외교적 성과가 절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릭 에델먼 전 국방차관은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하노이 회담에서 진지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최고의 협상가란 과시는 빛이 바래고, 민주당은 친구들만 화나게 하고 하고 적에겐 아첨하는 협상 능력이 없는 종이호랑이라고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트럼프의 이런 국내 정치 상황까지 계산해 최대치를 얻기 위해 시간에 쫓기도록 하는 협상술을 구사한다는 관측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온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이끈 성김 필리핀 대사는 전날 밤까지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공동 성명 문안 조율에 매달려야 했다. 정작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해체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같은 구체적 합의는 두 정상의 직접 담판에서 이뤄진 구두 합의였다. 이번에도 영변 폐기와 같은 중요한 담판이 두 정상의 직접 담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