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뿐이 아니다. 같은 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워싱턴에 온 국회 방미단에 “남북관계의 급속한 발전에 반대하진 않지만 (대북제재는) 국제 제재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는 물론이고 국무부 내에서도 한국 정부의 과속을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들은 곧 대북제재가 풀리는 것처럼 온갖 교류 사업 계획을 세우느라 야단법석이다.
‘성급한 제재완화’ 분위기에 우려 커져
의미있는 비핵화 합의 없을 수도 있어
결과 미진하면 미 의회 개입 가능성도
하지만 이 대목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이번 회담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도 숱하다는 사실이다. 비건부터 이달 초 이뤄진 평양 방문에 대해 “북한의 입장을 확인하고 듣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며 “이번 방북은 협상 아닌 협의였다”고 실토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정상회담이 열흘도 안 남은 현재, 비핵화와 관련해 합의된 거라곤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주 2차 실무협상이 열리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합의되는 건 불가능 할 수밖에 없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치적에 목마른 트럼프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굉장한 성과처럼 선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명심해야 할 건 미국 외교는 대통령만이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얼마든지 의회가 개입할 수 있다. 지난 13일 미 상원의 코리 가드너 아태소위 위원장은 한국 의원들에게 “CVID(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의원들의 눈으로 볼 때 회담 결과가 미진하다면 대북제재의 벽은 낮춰질 수 없다.
그러니 정부는 지나친 낙관론에 기대거나 혹은 그걸 부추겨 성급하게 남북교류에 속도를 낼 게 아니다. 마지막 북한 핵이 없어지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