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주요 쟁점의 경우 재판관들이 임기를 마치기 전 결정을 내려왔던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헌재, 3월 중 낙태 위헌여부 결정 가능성
유남석 헌재소장 "낙태 조건부 허용 필요"
헌재 2012년 4:4 합헌 판결, 66년째 논쟁
"낙태는 가장 오래된 여성권, 예단은 금물"
1953년 제정된 두 법률은 낙태를 한 여성(1년 이하, 벌금 200만원)과 이를 도운 의사(2년 이하)를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17년 2월, 69회의 낙태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는 두 법률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표본오차 ±1.0%, 95% 신뢰수준)를 진행하며 2011년 조사에 비해 신뢰성을 높였다. 국가승인 통계는 아니지만 낙태의 당사자인 국내 여성의 여론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노 변호사는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때도 헌법재판관 중 절반(4명)이 위헌 입장이었다"며 "올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낙태를 허용한 현행 모자보건법을 개정해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낙태죄의 핵심 쟁점은 ▶태아를 생명으로 볼 수 있는지 ▶태아의 생명권을 여성의 임신 기한에 따라 구별할 수 있는지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중 무엇에 우선순위로 봐야 하는지 등이다.
종교계는 "임신 초기 단계의 태아도 생명으로 볼 수 있다"며 낙태를 반대하고 있고 여성계와 시민 단체는 "임신 초·중기까지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2012년 낙태죄에 대한 첫번째 위헌결정에서 합헌과 위헌 의견이 4:4로 갈려 합헌이라 판단했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6명이 위헌 의사를 밝혀야 특정 법률의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 당시 1명의 재판관은 공석인 상태였다.
이강국 당시 헌재소장과 이동흡·목영준·송두환 헌법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 4명의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당시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6명의 재판관 중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위헌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 재판관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남은 3명의 재판관인 서기석·조용호·이선애 재판관의 입장도 알려지지 않았다.
2012년 낙태죄 위헌 의견을 밝혔던 이강국 전 헌재소장은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 생각한다"며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