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들의 방식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택시를 자주 타는 한 지인은 “힘든 상황이라는 건 공감하지만, 막상 주말 밤거리에서 승차거부를 당하면 마음이 달라진다”라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너무 기사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니까 오히려 반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리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은 너도나도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개인택시는 개인 나름, 법인소속 택시는 법인 나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더러는 ‘일부 택시기사들의 게으름’을 지적하는 기사들도 있었다. 기사들이 ‘카카오 앱 삭제’를 외치지만 아직도 카카오 택시를 부르면 ‘카카오 카풀 퇴출’ 스티커를 붙인 택시들이 콜을 받고 도착한다. 택시기사 이모(66)씨는 “벌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집회는 계속되지만, 출구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카풀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생존권을 위협당하는 절박한 당사자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도 극단적 선택은 피해야 한다.
자살은 한국사회의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 보건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률에서 한국은 25.8명(OECD 국가 평균 11.6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자살 공화국’ 오명을 쓴 대한민국에서 택시 문제 갈등을 생명을 담보로 한 무모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건 곤란하다. 비극의 악순환부터 끊은 뒤 이성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박해리 사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