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규모 정기공채 폐지, 10대그룹 첫 수시 채용

중앙일보

입력 2019.02.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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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정기 공채를 없애고 ‘수소 전기차’ 연구개발 부문 등의 직무 중심 상시 공채로 전환한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둘째)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자율주행 수소 전기차를 바라보는 모습. [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연 2회 실시하던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를 없애고 상시 공채로 전환한다. 대상은 현대차와 기아차이며 나머지 계열사는 기존대로 공채를 진행한다.  
 
다양한 직종에 맞는 ‘일반적인’ 인재를 뽑던 기존 공채 방식에서 벗어나 직무별로 요구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는 계획이다. 10대 그룹 중에서 정기 대규모 공채를 없앤 건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연중 지원 가능 채용기회 많아져”
스펙보다 직무 관련 실력이 중요
재계 “기업 채용 문화 바뀔 것”

현대차그룹은 13일 기존 정기 공채를 없애고 ‘직무중심 상시 공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룹 측은 “연 2회 실시하는 정기 공채로는 미래 산업환경에 맞는 융합형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채용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중 상시로 지원할 수 있어 채용기회가 많아졌고 회사와 지원자 모두 윈윈(win-win)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용 주체도 본사 인사부문에서 해당 현업부문이 주도하는 직무중심 선발로 바뀐다. 상시 공채에서는 채용 직무별로 세부정보와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을 상세하게 공개한다. 지원자는 직무와 상관없는 ‘스펙 쌓기’식 지원 대신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 ‘XX그룹 공채 대비’ 같은 취업 준비 자체가 무의미해진 셈이다.
 
기존 정기 공채 방식은 필요한 인력을 예상해 정해진 시점에 일괄 채용하기 때문에 실제 배치 시점에는 경영환경 변화로 인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지원자 입장에서도 공채 시기를 놓친 뒤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관심 있는 직무를 중심으로 연중 상시 지원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인력 채용 외에도 조직변경·인력관리 등도 각 부문이 자율적으로 실행하고 의사결정 하도록 해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력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기존 본사 인사부문은 현업부문의 채용·인사업무를 지원하고 조직체계 구축, 업무방식 혁신 등 전사 차원의 인사관리에 집중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부터 연구개발본부(R&D) ‘수소전기차’ ‘상용차개발’ 분야를 시작으로 신입 및 경력사원을 상시 공개채용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의 부문별 상시공채가 이어질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시채용 공고는 별도의 채용사이트(현대차·http://recruit.hyundai.com, 기아차·http://career.k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대 그룹 가운데 상시 공채로 전환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최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연 2회 공채를 진행하지만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는 함께 치른다. SK그룹은 연 2회 정기 공채를 하고, LG그룹도 계열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연 2회로 나눠 정기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다. 롯데·GS·한화그룹 등도 계열사별로 연 2회 공채를 진행한다. 신세계그룹은 1년에 한 번 공채가 있다. 조선업 경기 하락으로 2016년 상반기 이후 공채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만 기술·설계 분야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재계에서는 글로벌기업처럼 한국 대기업도 신입·경력을 가리지 않고 수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제너럴리스트’를 뽑는 기존의 대규모 공채 방식은 우수 인재 선발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대부분 기업의 판단”이라며 “기업 문화나 채용 과정의 비용 등을 고려해 기존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금씩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전문직이나 기술직 중심으로 수시·상시 채용을 진행해 왔지만 대규모 공채를 유지한 건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나 취업준비생의 편의를 고려한 측면이 있었다”며 “국제 경기가 하락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선 적재적소에 전문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