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곧이어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가 노·사·민·정 합의로 타결됐다. 이에 따라 사회적 대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평가되면서 정부 역시 성급하게도 광주형 일자리의 조속한 확산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민노총, 경사노위 참여 끝내 거부
대화 심화보다는 파행 격화 우려
사회적 대화기구는 신뢰가 핵심
성과 내세우는 조급함 경계해야
그동안 노사정위의 경험을 통해 이미 우리는 사회적 대화 기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터득했다. 정치 풍향에 좌우되지 않고 대화를 지속함으로써 상호신뢰를 축적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합의의 결과에 매달릴수록, 더구나 그것이 현안에 대한 것일수록, 사회적 대화는 이어지기가 힘들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는 끊임없이 지속해야 한다. 특히 한국과 같이 사회적 신뢰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산인 신뢰 인프라가 취약한 사회에서 지속적인 사회적 대화야말로 이를 타개해 나가는 유력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사안 자체가 ‘한방(one shot)’에 해결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사안을 놓고서도 연관되는 사안에 대한 논의를 포함해 사회적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갈 필요가 있다.
끈질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최근 타결된 광주형 일자리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적으로도 그렇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많은 논의를 해야 하는 사안임을 금방 알 수 있다. 현재 수준으로 설사 실천에 옮겨진다 하더라도 그 지속가능성이 심히 우려되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해당 지역에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투자하고, 투자유치와 더불어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동종 업종에 비해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대신 지자체가 당해 근로자의 교육·주거 등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직·간접적 고용창출 효과만 하더라도 1만여 명에 이르는 매우 매력적인 프로젝트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정작 그 지속가능성을 결정할 임금·근로시간 등 핵심적 근로조건을 담보하는 부분에 가서는 사실상 얼버무리고 있는 셈이다. 5년으로 한정한 기간도 문제이지만, 기본적으로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아직 존재하지 않는 당사자가 아닌 노·사·민·정의 사회협약으로 제한하는 데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정부로서는 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 서둘러 성사시킬 정치적 동기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노·사·민·정의 사회적 대화의 훌륭한 결실과 성과로 내세우고 싶을 것이다. 좋은 취지 자체는 인정한다 하더라도 핵심을 회피한 부실한 사회협약이기에 염려가 앞선다. 그런데도 이 모델을 상반기 중에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무모함으로까지 읽힌다.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사회적 대화의 전도(前途)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봐 염려되기 때문이다.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경제학)·전 노동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