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하지만 반도체는 신제품이 나와도 몇 년 안에 쓸모없어질 정도로 제품 수명이 짧고 신제품 한 종류를 양산하는 팹(공장) 설립에 10조~20조원의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지만 시제품에서 양산까지 1년여의 시차가 나고 수급마저 일정치 않아 가격 변동성이 큰 불안정한 산업이다. 반도체 업계가 항상 “투자 타이밍을 놓쳐 기술이 한발만 늦어도 한순간에 훅 간다”며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이유다.
제품 수명 짧고 양산 시간 걸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의 최강자로 등극한 건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자 치킨게임이 불붙었다. 제품가를 생산 원가보다 낮추는 치킨게임 와중에 독일 지멘스 계열의 D램 회사인 키몬다가 2009년 파산했고, D램 3위이던 일본의 엘피다 역시 2012년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대만의 프로모스와 파워칩 등도 이때 없어졌다.
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뒤쫓는 건 중국 기업들이다. 중국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가전 등에서 세계 최고의 생산기지다. 하지만 반도체 자급률은 미미하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런 산업구조 때문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조선업이 그랬듯이 반도체 산업 역시 대규모 선제 투자가 미뤄지면 언제든 중국에 추월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