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보다 근육저금' 노인 운동 돕는 로봇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2019.02.11 01:00

수정 2019.02.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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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38)

일본 최대의 재활 의료 박람회 '2019 동경 케어쇼'에 참석한 사진.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노인 근육 훈련 로봇이었다. [사진 유재욱]

 
미세먼지로 하늘을 뒤덮은 새벽… 일본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본 최대의 재활 의료 박람회인 ‘2019 동경 케어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복지 및 실버산업 관련된 300여개 이상의 업체가 모인 엄청난 규모의 행사이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있는 일본의 실버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또한 이제 막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재활복지의 미래를 가늠해 보기 위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비중이 7% 이상)에 진입하였고, 2026년에는 노인 인구가 40%에 이르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요양, 의약품 등 실버산업의 경제 규모도 급속도로 커져서 내년에 12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노인을 많이 치료하는 재활의학과 의사 입장에서 300여개의 콘텐트를 하나하나 체험하여 인상적인 몇 가지 아이템을 소개하겠다.
 
1) 노인 근육 훈련 로봇(근육 저금 운동)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소프트뱅크사에서 개발한 노인 근육훈련 로봇이었다. 일본은 노인의 ‘근육 감소증’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40대부터 근육량이 1%씩 줄어들어서 70대가 되면 30% 이상의 근육이 감소한다.


근육이 줄어드는 근육감소증이 되면 당뇨병 등 각종 질병이 잘 생길 뿐만 아니라, 병을 회복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또한 근육량이 줄어들어 잘 걷지 못한다면 병간호를 위한 대규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노인이 근육이 줄어들어 ‘근육 부도’가 나기 전에 미리미리 ‘근육 저금’을 해놓으면 ‘노인 의료’ 관련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계산이다.
 

소프트뱅크에서 개발한 노인 근육 훈련 로봇. 이 로봇은 노인들이 스스로 근육 저금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 유재욱]

 
귀엽게 생긴 운동 로봇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동을 재미있게 가르쳐서 노인들이 스스로 ‘근육 저금’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뿐만 아니라, 외로운 노인들과는 대화도 나누고, 100명의 노인의 얼굴을 인식하여 개인별 맞춤 운동처방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 등 일본의 대기업들은 노인들을 위한 장비와 여러 가지 솔루션을 내놓았는데, 노인 재활에 대한 재일동포 손정의 회장의 관심과 책임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대기업도 손익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나라의 당면과제인 노인 재활을 위하여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개발을 하는 것이 대기업으로서의 또 하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2) 낙상 관련 메디컬 (인테리어, 침대)
노인 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낙상이다. 노인에게 낙상은 암보다 무섭다. 실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1/3이 매년 1회 이상 낙상을 경험한다. 그중 5~15%가 골절되는데, 골절되면 여러 가지 합병증 때문에 사망률이 아주 높아진다. 조사 의하면 척추가 골절됐을 때 5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무려 70%나 되고, 고관절이 골절되면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17%라고 한다.
 
전시회에는 낙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개발된 특수 침대나, 손잡이, 화장실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보조기구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또한 임대를 이용하여 쓴 후에는 반납하는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었다. 노인이 낙상을 입었을 때,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할 때 가족이나 병원에 자동으로 알려주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도 시도되고 있었다.
 
3) 도어 투 도어 (door to door) 서비스 - 개호(介護) 서비스

일본은 이미 예전부터 방문 개호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방문간호 서비스다. 중증이 아닌 환자는 자기 집에 있으면서 의료진이 방문하여 간단한 처치 및 진료를 하는 방법이다. [사진 freepik]

 
일본은 이미 예전부터 방문 개호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나는 방문간호 서비스다. 중증이 아닌 환자는 자기 집에 있으면서 의료진이 방문하여 간단한 처치 및 진료를 하는 방법이다. 급증하는 입원실의 수요를 줄여주는 좋은 대책이다. 이번에는 방문하지 않고도 쌍방향으로도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IT 기술, 사물인터넷 기술이 많이 선보였다.
 
두 번째는 신체 불편으로 인하여 잘 다니지 못하는 노인들의 교통권 확보를 위하여 도어 투 도어 (door to door)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노인의 장보기를 대행해 주거나, 병원에 갈 때, 배우자를 묘소를 찾을 때 동행해주는 서비스는 우리나라에도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낮에 남아도는 택시 등의 인력을 정부에서 연계해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지금의 노인들은 과거 우리나라를 가난에서 부유한 나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다. 그런 노인들이 마땅히 대접을 받아야 하지만 정부의 배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제 노인의 건강문제는 결코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본 치밀한 계획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기업, 정부, 그리고 의료인 할 것 없이 한마음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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