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에 끝내 승리를 내주고도 마린 르펜(51ㆍ여)은 이런 평가를 받았다. 르펜은 프랑스의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을 이끄는 당수다.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1972년 창당 이래 최고 득표를 획득하며 향후 극우 정당의 집권 가능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당권을 잡은 후로 반유대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는 당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소수정당에 불과하던 국민연합을 대중정당 반열에 올린 주역으로 평가된다.
악마의 딸, 아버지 등지고 극우색 지우기
“르펜은 르펜이고, 마린은 마린이다. 나와 아버지의 역사관은 다르다.”
기성 정당 후보들을 제치고 대선 결선까지 오르며 파란을 일으킨 르펜 대표는 극우 가문의 정치적 상속자다. 그의 부친은 국민연합의 전신인 국민전선 설립자 장마리 르펜이다. ‘악마’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인종차별적이고 반유대적 발언을 일삼았던 아버지 르펜의 존재는 정치적 자산이자 걸림돌이었다. “모든 면에서 아버지와 의견을 달리한다”며 선을 그었던 르펜은 당권을 이어받은 후 당의 오래된 적대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2015년 명예총재직을 맡고 있던 아버지를 당에서 내쫓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 자신은 논란이 될 발언은 자제하고 사형제 부활과 동성애 반대 등의 주장을 접으면서 당의 극우적 색채를 빼기 위해 노력했다.
獨·佛·伊 등 극우 정당에 ‘여풍’… “당 현대화 전략 차원” 해석도
反동성애 독일 정당은 레즈비언 당수로 세워
바이델은 “당은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선출됐다는 건 당이 얼마나 이에 관대한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당 연구가인 독일 마인츠대학의 위르겐 팔터 교수 말을 인용, 이 당이 “(바이델을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고 훨씬 더 자유롭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인종차별 정당, 나치당 등의 비판이 일자 바이델을 전략적으로 중용했다는 설명이다. 바이델은 지난 2017년 극우 정당으로는 처음 제3당 자리를 꿰차며 연방 의회에 입성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고 공동 원내대표까지 맡았다. 나치 잔재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독일 사회에서 이 같은 극우 정당의 약진은 역사적 사건으로 회자된다.
가디언은 멜로니의 “이탈리아 우선주의 레토릭과 반유럽연합(EU) 성향, 또 보통 이탈리아인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은 좌파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고 썼다. 로마 루이스대학의 베라 카페루치 정치학 교수는 멜로니가 “전형적으로 극우에 속하는 원칙을 반영하면서 공포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을 써왔다”고 분석한다.
그는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여성과 엄마란 카드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선 업무량이 많아질 경우 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 거라는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가부장적 극우정당의 ‘현대화’ 전략 일환
이처럼 여성이 유럽 극우 정당 대표 자리를 꿰차게 된 것은 여성의 정계 진출이 곳곳서 확대되며 정치적 목소리를 키워 온 점이 일차적 배경이다. 엘코 하트벨트 암스테르담대학 교수는 “일부 국가에서 성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가부장적 이념으로 지배됐던 극우 정당들이 당을 현대화시키고자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유럽의 급진적 우파 정치인들은 정당의 오명과 독소적 이미지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고 있고, 그들의 이미지를 현대화하거나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두 차례 이혼한 싱글맘이라고 표현하는 르펜은 당의 낙태 반대 입장을 누그러뜨리고 여성을 육아하는 주부로 보는 전통적 시각에서 벗어나 동성애 유권자들에게도 어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어메리칸 유니버시티의 신시아 밀러 이드리스 교수는 “극우 정당과 극우 운동에서 여성의 참여가 증가한 것은 급진적 우파의 입장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극우 세력은 전통적으로 동성결혼을 반대하며 기독교적 가치의 일환으로 아내나 주부로서의 여성 역할을 장려해왔지만 새로운 급진 우파 단체들은 서구 민주주의 전통과 가치를 강조하는데 여기엔 여성의 권리 지원 뿐 아니라 넓게는 성소수자(LGBT)에 대한 관용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반난민ㆍ반EU 정서가 확산한 것도 요인이다. “(여성을 리더로 한)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논쟁적 메시지로 여성 유권자들을 겨냥했다. 그것은 이민이 유럽 여성의 자유를 위협하는 잘못된 문화를 가져온다는 메시지”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