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은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NMC)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망 소식에 애통함을 표했다. 이 교수는 5일 새벽 당직 근무 중 윤 센터장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NMC의 후배 의사가 알려줬다. 수 차례 “무슨 소리 하느냐”고 되물었다. 윤 센터장이 중증 외상환자를 보내려는 줄로 착각하고 “어디로 출동하면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교수는 2008년 윤 센터장을 처음 만나 외상센터의 그림을 같이 그렸다고 한다. 둘을 연결해 준 사람은 허윤정 전 민주당 전문위원이다. 허 전 위원은 몇 년 전 아주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서 이 교수는 “허 위원이 오른팔, 윤 센터장이 왼팔이었는데 이제 두 팔이 다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윤한덕 중앙응급센터장 별세
툭하면 밤샘근무, 설 연휴 쓰러져
문 대통령 “미안하고 고맙다” 추모
이국종 “내가 기댈 데가 사라졌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연봉이 훨씬 많은 임상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한국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의사”라고 회고했다. 윤 센터장은 지난 4일 오후 6시쯤 NMC 센터장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에서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심장사’ 소견이 나왔다.
윤 센터장은 설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지만, 설 연휴가 시작된 주말 내내 연락이 두절됐다. 부인이 4일 병원을 찾았고, 센터장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외상의료·재난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해왔다. 일이 너무 많아 집에 들어가지 않는 일이 많았다. 센터장실에 간이침대를 놓고 자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에서 “일 좀 그만하고 집에 들어가라”고 권유한 적이 한 두번 아니라고 한다.
윤 센터장은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 당시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했다. 그때부터 앞만 보고 달려왔다. 보건복지부의 수족이 돼 ‘권역-지역-일반응급센터’ 3단계 체계를 만들었다. 응급의료기관 평가 체계를 만들어서 실제로 평가했고, 재난 응급 체계 구축,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응급의료 전반에 관여했다.
윤 센터장은 과중한 업무처리에 한계를 느껴 지난해 말 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고 ‘그만둔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응급의료와 관련한 다른 자리로 옮기고 싶어했다. 국립중앙의료원 동료 의사는 “윤 센터장을 대체할 인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의 영결식은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10일 오전 진행될 예정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