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래의 심장, 판교밸리
‘폴리 아티스트’는 영화와 게임을 비롯한 각종 영상에 입히는 다양한 소리를 만드는 사람이다. 무성영화에 처음 소리를 입힌 ‘잭 폴리(Jack Foley)’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국내에는 영화와 게임 분야에 10명이 채 안 되는 폴리 아티스트가 활동 중이다. 박씨는 작곡과 사운드 디자인 등 게임 음향을 담당하는 60여 명의 직원과 함께 일한다. 영화 제작 규모의 5.1 채널 영상 사운드 믹싱 룸과 폴리 스튜디오를 갖춘 곳은 게임사 중 엔씨소프트가 유일하다.
게임에 사운드 입히는 박준오씨
자동차 문짝, 타이어, 깨진 벽돌
작업실엔 고물상서 산 소품 가득
하이힐 소리 위해 직접 신고 녹음
“상상으로 몬스터 소리 창조 짜릿”
컴퓨터 공학도였던 박씨는 ‘음향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을 옮겨 방송영상 음향을 전공했다. 거기서 영화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학회에서 활동하다가 ‘마음에 드는 사운드를 직접 녹음해보자’는 생각에 올해로 14년째 폴리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초창기 만들었던 사운드 중에 구토하는 장면에 넣은 소리가 있는데, 같이 일한 작업자들이 ‘진짜 구토하는 것 같다’고 칭찬해 줘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작은 영화판이었다. ‘왕의 남자’, ‘놈놈놈’ 등 50여 편의 효과음을 만들었다. 힘들 때도 많았지만 ‘누적 관객 1억명만 채워보자’는 목표로 버텼다. 1억 명을 채운 뒤인 2014년 마침 엔씨소프트에 자리가 났다. 박씨는 “영화는 가능한 사실의 소리에 가깝게 내는 걸 목표로 한다면, 게임은 강조하고 싶은 소리를 최대한 도드라지게 만들어 내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폴리 아티스트를 천직으로 여기지만 쉽지 않은 직업이다. 우선 원하는 소리를 얻기가 만만치 않다. 100개의 소리를 만들었을 때 정작 사용할 수 있는 건 10개가 채 안 된다. 박씨는 “이것저것 시도만 해보고 마음에 드는 사운드를 얻지 못할 땐 말할 수 없이 힘들고 답답하다”고 했다. 박씨는 최근엔 제작한 소리 중 유용한 것들을 모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중이다. 현재까지 8000여 가지의 소리를 모았다. 그는 “폴리 아티스트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없어 진입장벽이 높다”며 “틀에 갇힌 생각보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과 행동이 더 나은 소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수기·남궁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