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안방보험그룹이 55억 달러(약 6조1545억 원) 어치의 미국 내 호텔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중국 경기 둔화를 우려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정부가 해외 자본 투자 및 유출을 엄격히 단속한 데 따른 조치였다.
中 자본의 미국 부동산 매수 2012년 이래 최저치
“시진핑 해외 자본 투자 단속에 따른 것”
물류 창고, 편의점 등 소규모 투자는 계속
특히 중국 ‘큰손’들이 미 부동산 매도를 주도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하이난항공그룹(HNA)·다롄완다그룹 역시 미 뉴욕·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주 일대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 정부가 해외 자본 유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데 따른 조치다. WSJ는 “이들 중국 기업의 잇따른 매각 결정은 국내 경기 확장 정책을 주도하는 중국 정부 관료들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며 “국내 성장 둔화를 우려한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고, 중국 기업의 부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해외 자본 투자 및 유출을 강력 단속한다”고 전했다.
미 전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중국인들의 미국 내 거주용 부동산 매입량은 전년(2017년) 4월에 비해 4%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이코노미스트들을 인용해 “달러화 강세 현상 역시 중국 자본 철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의 성장 둔화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지난 1990년 이래 최저치인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6.6%)은 중국 정부의 기존 전망치에 밑돌았다”며 “경기 둔화를 우려한 중국 당국은 당분간 자본 유출 단속의 고삐를 조여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투자자들의 부동산 매각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다. RCA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3분기 유럽 부동산 시장에서 호텔·사무용 건물 총 2억3330만달러(약 2611억 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들이 사들인 부동산 규모는 5810만 달러(약 650억 원)에 불과했다.
매각주관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신이 맥키니 선임 디렉터(중국 직접 투자 담당)는 “과거 중국인들은 ‘뉴욕에서 가장 비싼 빌딩을 소유하겠다’는 투자 심리로 부동산을 매입했다. 하지만 요새는 철저히 실리 추구형으로 투자 방식이 바뀌었다”며 “특히 이들은 3000만 달러(약 336억 원) 이하 부동산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