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이번 설에 먹을 떡국 얘기를 하며 “시어머니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매번 명절 때마다 차례를 지내고 명절 음식을 한 상 차리는데도 며느리에게 부담이 갈까 봐 항상 신경 써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베트남에도 설이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축제 분위기를 즐기며 전통 음식을 먹었지만 어느새 반쯩보다 떡국이 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반쯩은 바나나잎으로 찹쌀, 녹두가루, 돼지고기를 싸서 12시간 동안 삶은 음식으로 떡과 비슷하다.
태국 출신 귀화자 "남편과 장거리 연애 힘들었어"
서로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몇 달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지금의 남편이 베트남에 출장 왔을 때 실제 얼굴을 처음 봤다. 그때부터 사귀기 시작해 2년 동안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다 2015년 11월 결혼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남편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데도 대화가 통하는 것 같았다”며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고 장거리 연애를 하는 2년 동안은 ‘카카오 페이스톡’이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한국 귀화자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1만1556명으로 2017년(1만86명)에 비해 14.6%가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 통계를 보면 매년 1만명 이상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국적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국민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내용의 국민선서를 했다. 이씨 역시 지난달 21일 선서에.동참했다.
금발의 한국인 "태극기 단 국가대표 되고 싶다"
율리아는 요즘 고민이 있다. 국적 귀화까지 마친 만큼 율리아라는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써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해서다. 그의 한국 이름은 한무린이다. 한국인 오빠 3명이 돌림자로 ‘무’자를 쓰기 때문에 자연히 이름에 ‘무’가 붙었다. 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그는 “지금까지 율리아라고 불려왔는데 무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 어색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대학 면접보다 귀화 면접이 더 떨렸어요"
그는 흔히 말하는 조선족이다. 증조부 때부터 중국에 살기 시작했지만 뿌리가 한국이라는 사실은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김씨는 “어렸을 때 중국에 살았지만 조선학교를 계속 다녔었고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인지 한국에서 학교 다니는 게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한국이 빠른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 등 경제사에 관심이 생겨 대학원 진학까지 고려 중이다.
김씨는 귀화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가족과 친구가 모두 한국에 있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아이를 낳은 이수진씨의 국적 취득 이유는 김씨와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차별당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마인 나 역시 당당한 한국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귀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율리아는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배구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적이 중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한국 국가대표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