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의 회사 생활
회의 중이라 카톡 어렵습니다
임원 79%의 하루 업무시간은 평균 9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겐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수시로 야근이 있다. 53%가 주2회, 24%가 주4회 이상 야근을 했다. 야근이 아니면 외부 관계자와 저녁이 있다. 임원의 52%가 월 6회 이상 외부 회식 시간을 가진다. 대상은 고객이나 협력사 사람 등이다. 그러다 보니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다. 설문에 응한 임원 중 69%가 1주에 3회 이상 음주를 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술로 달리는’ 임원도 6%가 있었다. 32%는 주말에도 일하고 있었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살아남은 한 대기업 홍보임원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왔다”며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항상 대기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내부 회식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했다. ‘부서 단합을 위해(회식이) 필요하다’고 답한 임원은 15%, ‘필수는 아니지만 가끔은 해야 한다’가 79%에 달했다. ‘아예 필요없다’는 임원도 6%가 나왔다. 한 건설사 임원은 “요즘 직원들에게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이라며 2차 3차를 끌고 다닌다면, 다음날 네이버에 임원 갑질 기사가 뜰 것”이라며 “업무에 집중하고 최대한 사생활은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기업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내부 회식은 월 1회가 47%, 2~3회가 35%였다. 한 독일계 기업 임원은 “한국의 기업문화를 배우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분기마다 부서 회식을 연다”며 “TV에 나왔던 유명 맛 집을 미리 예약하니 젊은 직원 참석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승진하려면 능력 못지 않게 충성심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임원들은 회사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상사에 대한 존경과 부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만족한다가 58%, 매우 만족한다가 8%가 나왔다. 66%가 후임들을 좋게 평가했고 보통이라고 답한 이는 24%, 부족하다는 10%에 그쳤다. 평가 기준은 실무적인 능력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 업무 능력과 근무태도를 중시했고 인간성을 꼽은 이는 9.4%에 그쳤다. 선임 임원이나 사장단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게 나왔다. 61%가 만족, 15%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만족의 이유로는 57%가 업무능력, 34.4%가 인간성을 들었다. 아랫사람은 일을 잘하길, 윗사람은 인간성이 좋기를 바라는 심리가 엿보였다.
물론 스트레스도 많다. 58%가 가끔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했다. 부하직원이 일을 못할 때가 29%로 가장 높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느낄 때가 21%, 업무 문제로 책임을 져야 할 때 14%, 상사에게 질책을 받을 때가 10%였다. 회사 생활에서 어떤 점이 나아지면 더 행복해 질 수 있는지 물었다. 43%가 ‘업무가 원활히 풀리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답했다.
개인 집무실, 골프 회원권 등에 만족
임원의 가치는 연봉이 보여준다. 한 외국계 기업 임원은 “회사를 옮길 때 가장 신경쓰는 분야가 연봉”이라며 “시장이 검증해주는 나에 대한 가치이기에 양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와 달리 국내 기업 대부분은 연봉 체계가 이미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임원의 연봉은 부장의 1.5~2배 수준이다. 설문에 응한 임원 70%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자신의 연봉을 밝혔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연봉도 이와 비슷하다. 삼성그룹 초임 상무의 연봉은 대략 1억5000만~2억5000만원 선이다. 3년차 이상의 고참 상무가 되면 3억~5억원으로 훌쩍 뛴다. 여기에 초과이익분배금 같은 다양한 성과급이 더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이사대우나 이사에겐 1억6000만~2억원 정도를 주며 전무급으로 올라가면 3억원 벽을 넘을 수 있다. LG그룹은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할 때, 연봉을 100% 올려준다. 임원 초임은 1억2000만~1억5000만원 선이다. SK그룹은 신임 임원에게 1억5000만원 안팎의 연봉과 다양한 성과급을 제공한다.
이전에 비해 임원 대접이 박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과거엔 임원이 되는 순간 기사 딸린 고급 세단과 개인비서, 집무실이 기본으로 주어졌지만 요즘은 임원수가 많아지면서 전무 정도는 달아야 예전 임원들이 누리던 호사를 누릴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