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동결에 한숨 돌린 한은…국내 대출금리 상승폭도 제한적일듯

중앙일보

입력 2019.01.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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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3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은 한숨 돌리게 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이가 더 크게 벌어지지 않은 덕분에 한은으로선 당분간 금리 인상의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추가로 상승하는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금리를 올리자니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커져 경기 둔화의 속도를 빠르게 할 것이 우려되고, 금리를 내리자니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커져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한은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런 고민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저희의 판단은 지금 통화정책 기조는 아직도 완화적(저금리 기조)이라는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더 완화적으로 가는 것(금리 인하)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통위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이전보다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의 금리인상은 2017년 11월 이후 1년 만이었다. 이로써 한은의 기준금리는 2015년 3~5월 수준과 같아졌다.
 
하지만 한은이 긴축의 고삐를 꺼내든 것은잠시뿐이었다. 지난 24일 올해 들어 처음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선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의 금리(연 1.5%)는 미국(연 1.25~1.5%)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결국 Fed의 연방기금 금리 목표치는 연 2.25~2.5%로 높아졌다.
 
통상 국제 투자자금은 금리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한다. 한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서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런 움직임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15조625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연간 외국인 채권 순매수 규모는 2017년(9조4470억원)보다 오히려 늘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중앙포토]

 
은행들의 대출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은행연합회가 매달 15일 발표하는 코픽스 금리다. 잔액 기준과 신규 취급액 기준의 두 종류가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잔액 기준 코픽스는 연 1.99%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올랐고,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2.04%로 전달보다 0.08%포인트 인상됐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르느냐다. 전문가들은 코픽스가 추가로 더 오르더라도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의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에도 장기 시장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여서다. 지난해 10월 연 2%를 웃돌았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최근에는 연 1.8%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