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30일 오후 학교폭력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교육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해 온 학교폭력 제도 개선 정책숙려제 결과에 따라 정해졌다. 정책숙려 참여단에는 학생·학부모·교원 15명과 각계 전문가 15명이 참여했다.
학생부 미기재, 이전에 받은 징계도 소급 적용될 듯
단 1~3단계라고 하더라도 2회 이상 가해자로 조치를 받은 경우에는 이전에 받은 조치를 포함해 학생부에 기재된다. 교육부는 같은 학생이 학교폭력을 2회 이상 일으킬 경우 가중해서 징계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미 1~3단계 조치를 받아 학생부에 가해 사실이 기록된 학생들도 소급 적용을 받아 구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돈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법적 검토를 거쳐야겠지만 제도가 개선되면 평등 원칙에 따라서 가능한 유리한 방향으로 소급 적용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무조건 학폭위로 넘기는 모습도 사라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가벼운 학교폭력 사안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 동의가 있는 경우 학폭위를 거치지 않고 학교가 자체 해결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가벼운 사안'이란 ▶2주 미만의 신체·정신적 피해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지속적 사안이 아닌 경우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등 4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학교장은 학생을 징계하는 대신 관계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마다 설치된 학폭위를 지역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행 학폭위는 각 학교마다 5인 이상으로 구성되며, 학부모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교원과 외부위원이 포함된다. 그러나 폭력 사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학폭위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폭위 재심 청구 건수는 2013년 764건에서 2017년 1868건으로 늘었다.
교육부는 지역교육지원청에서 학폭위를 구성하면서 학부모보다 외부위원 비중을 늘리고 전담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을 배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학교 자체 해결제와 학폭위의 교육지원청 이관은 법 개정을 거쳐 이르면 2020년에 도입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해자에게 면죄부" 비판도 여전
한국교총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개정안을 크게 환영한다"며 "학교는 형사적 처벌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총은 "학교 자체 해결제가 학교폭력을 은폐한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경미한 사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해학생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여전하다. 가벼운 사안의 학생부 기재 유보에 대해 정책숙려 참여단은 62%가 찬성했지만 일반 시민 2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60%가 반대했다.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참여단의 생각과 일반 시민들의 생각이 엇갈린 것이다. 반대 이유로는 "학교폭력 예방 및 재발방지 효과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50.5%로 가장 많았고 "가해학생 반성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이유가 33.2%였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