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선거제 변화에 찬성한다. 그는 기자에게 “한국의 양당체제는 기득권이 된 탓에 사회 저변으로부터 제기되는 요구에 대응하지 못한다. 변화가 필요하다. 양당의 독점 체제는 깨야 한다. 제도가 변하면 기득권을 쥔 정당은 선거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니 꼼짝도 안 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곤 “나아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현실인 권력구조 개편까지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열과 대립 양산하는 선거제 이젠 바꿔야
정치인은 눈앞에 놓인 과실만 봐선 안된다
최근 상황은 이렇다. 지난 12월 중순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에 합의했다. 바른미래당 등 야 3당은 의석 30석을 늘리는 선에서 연동형 비례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민주당도 자체 개편안을 내놨다. ‘지역구 의원 200명, 비례대표 의원 100명’, 여기서부터 논의가 물 건너갔다는 소리가 나온다. ‘현실성 없는 협상용 카드’라서다. 한국당은 아직 당론도 없다. 국회에서 어떻게든 논의를 해야할 터인데 현재 ‘보이콧 농성’ 중이다.
사실 연동형 비례제를 한다고 반드시 정치가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이 제도를 해보자는 이유는 뭘까. 그건 살아볼수록 ‘아니다’ 싶은 게 현행 선거제도라는 점 때문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이유다. 양당제가 가져온 지역주의를 깨고 분열과 갈등을 줄이는 방안이라면 가보지 않은 길이라도 해볼 만하지 않은가.
생전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에 유난히 집착했다. “1등만 살아남는 소선거구제가 지역 대결 구도와 결합해 있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으로서 권한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줄이더라도 선거제 개편을 하고 싶다고 했을까. 현행 선거제는 그가 20년 동안 경험한 우리 정치의 근본 문제였다.
민주당과 한국당으로선 이 제도 도입으로 손해가 날 수도 있다. 그러니 선거제 개편에 합의해 놓고도 유야무야한 거 아닌가. 물론 의석수라는 ‘국회 권력’ 앞에서 손해 보는 일이란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대로 둘 것인가. 개편에 합의했다는 건 취지에는 동감한다는 뜻 아닌가. 시한(4월 15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묘수를 찾는다면 명분과 함께 실리를 챙길 방안도 있을 거다.
권력은 짧다. 눈앞에 놓인 과실만 보는 건 단견이다. 이 시대의 정치인이라면 나라의 미래도 걱정해야 하지 않겠나.
신용호 정치국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