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면제의 명분은 지역 균형발전과 경제 회복 드라이브다. 지방 경기가 서울보다 더 부진하고 전국적으로 고용 상황이 최악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목표를 꼭 예산 사업의 예타 면제라는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예타는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최소한의 ‘브레이크’이기 때문이다. 예산 규모 500억원 이상의 사업이 제대로 효과를 낼지를 미리 따져보자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됐다. 그런데 정부가 먼저 이를 면제하자고 앞장서니, 예산 집행의 기본 원칙을 대놓고 저버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61조원 규모 심사 결과 오늘 발표
지역 균형발전 위해서라지만
효과 안 따지는 사업, 실효 있겠나
청와대가 예타 면제 사업을 어느 정도 규모로 확정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의 분석에 따르면 면제금액이 최소 19조7047억 원에서 최대 41조5169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 이미 예타 면제를 해준 29조 원을 합하면 이명박 정부 때의 예타 면제 규모에 버금갈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시절 정부가 SOC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토건 국가’라고 비판했다. 대선 때는 경기부양을 위한 토목사업은 벌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정부가 원칙을 훼손한다면 앞으로 예산 집행의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의문스럽다. 중앙의 재정 건전성이 속절없이 무너져 지방 자치단체의 기강해이로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타 면제 사업은 적을수록 좋고, 선정되는 사업도 명확한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