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를 파는 상점
“여러 문제에 막혀 옴짝달싹 못 한다는 느낌을 받고 계시네요. 현실적인 문제보단 내면에 집중하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이 보일 겁니다. 이 그림책을 읽어보세요.”
고민 들어주는 동네 책방
실연 아픔 달래주는 꽃집
건강 챙겨주는 레스토랑
고객에게 맞는 책·꽃·음식 추천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김영수(가명·30)씨는 얼마 전 동네 꽃집 ‘꽃처방’에서 꽃 처방을 받았다. 남자친구와의 이별로 슬픔에 빠진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서다. 주인에게 사연을 털어놓은 뒤 은은한 향기를 내는 리시안셔스를 구매해 위로받기로 했다. 김씨는 “꽃이 약은 아니지만 마음 치료의 목적으로 처방받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분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꽃처방’은 꽃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문을 연 꽃집이다. 꽃을 구매하기 전 구매 목적이나 이유 등을 이야기 나누고 처방전처럼 생긴 종이에 내용을 적으면 꽃을 추천해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과학적이나 의학적으로 플라워 테라피가 이뤄지는 곳은 아니지만 많은 고객이 블로그 등에서 꽃으로 위로를 받았다는 후기를 전한다.
병원·식당·카페 함께 힐링 처방
병원에서 진료를 본 환자에게는 진단에 따라 맞춤식 식사와 차(茶)가 처방된다. 처방 받은 음식은 ‘안식’이나 ‘수분’에서 조리해준다. 가령 탄수화물을 제한해야 하는 환자에겐 콜리플라워를 볶음밥처럼 만든 요리가, 단백질을 보충해야 하는 환자에겐 콩을 가득 넣어 만든 토마토파스타가 제공된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 제공되는 ‘비스포크(맞춤식)’ 요리다.
환자가 아닌 일반 고객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메뉴에 없는 특별한 음식을 원한다면 직원에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면 된다. 티·푸드 테라피스트가 증상에 맞는 차를 직접 블렌딩하고 음식을 만들어준다. 인기 메뉴는 열량이 10㎉에 불과한 곤약 비빔국수, 사랑이 톡톡 터지는 홍국쌀(빨간 쌀) 리조토 등이다. 곤약 비빔국수는 다이어트 중이지만 매운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에게 많이 선택받는다. 박성희 책임연구원은 “위로라는 소재가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위로를 파는 가게는 더욱 확장되고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맞춤형 위로 처방전
그런 기분일 땐 이런 ○○해보세요~
●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고 싶어요 :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시공주니어)
● 아이에 대해 욕심을 버리지 못해요 : 『빨리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뜨인돌어린이)
● 어릴 적 트라우마로 가끔 악몽을 꿔요 : 『아빠의 술친구』(씨드북)
※꽃 처방
● 토라진 여자친구의 마음을 풀고 싶어요 : 우아한 라넌큘러스·리시안셔스
● 학업에 지친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 마음을 안정시키는 초록 유칼립투스
● 짝사랑이 힘든 친구를 응원하고 싶어요 : ‘사랑의 성공’이라는 꽃말의 안개꽃
※푸드&티 처방
● 불면증 때문에 점점 예민해져요 : 상추·대추·보리순 블렌딩 티
● 우울감이 오랫동안 지속돼요 : 히비스커스·우엉 블렌딩 티
● 다이어트 하며 마음껏 먹고 싶어요 : 가지로 도우를 대신한 피자, 묵으로 만든 떡볶이
도움말=카모메 그림책방, 플레이트 의원, 꽃처방
글=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각 상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