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댐 붕괴에 130명 지원군까지 보낸 이스라엘

중앙일보

입력 2019.01.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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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붕괴로 6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며 심각한 피해를 입은 브라질에 이스라엘이 자국 군대까지 파견하며 '브라질 돕기'에 나섰다. 
 
130명의 이스라엘 군인들이 브라질 댐 붕괴로 인한 실종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지난 27일(현지 시간)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주로 떠났다고 조나단 콘리커스 이스라엘 군 대변인이 27일 밝혔다. 이들은 토사에 묻히거나 흙탕물에 떠내려간 주민들을 수색·구조하는 업무에 투입된다.

브라질 親이스라엘 대통령 당선
브라질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약속 등
이-팔 분쟁에서 이스라엘 손 들어줘

이와 같은 '인도적 지원'의 이면에는 친이스라엘 성향의 남미 정부를 등에 업고 팔레스타인을 견제하려는 이스라엘의 속내가 있다는 분석이다.

극우 성향의 후보인 극우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보우소나루 후보가 . [로이터=연합뉴스]

양국 관계의 배경엔 친미·친이스라엘 성향의 브라질 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있다. 지난해 10월 당선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열대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보수주의자로 후보자 시절 반사회주의 경제 정책과 친미‧친이스라엘 외교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브라질 광산댐 붕괴 현장. [AP=연합뉴스]

그의 주요 공약 중 하나는 주이스라엘 브라질 대사관을 이스라엘의 행정수도인 텔아비브에서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영유권을 놓고 분쟁 중인 지역인데, 이곳으로 대사관을 이전하는 것은 이-팔 두 나라의 공존을 의미하는 ‘2국가 해법’을 파기하고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힘을 실어주려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바 있다. 또 올해 5월 이스라엘 행정수도 텔아비브에 있던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트럼프의 행보를 브라질에서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대사관이 들어설 예루살렘 미국영사관 건물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브라질에 지원군을 보낸 것은 양국의 우정을 과시화면서 미국뿐 아니라 남미 정권까지 포섭해 이-팔 분쟁에서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양국 간 '허니문'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의 '앙숙'인 중동국가들이 브라질 닭고기 수입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브라질 닭고기 수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는 메시지를 브라질 정부에 전달했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브라질산 닭고기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나라다. 이 조치로 브라질의 대형 육류업체인 BRF와 JBS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 타격이 예상되자 브라질 정치권에서도 '대사관 이전 신중론'이 고개를 들며, 보수주의자들과 온건·실용주의자들의 내분이 가시화하고 있다. 

브라질 남동부지역에서 25일(현지시간) 댐 붕괴사고가 일어나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우려된다. 브라질 언론은 이날 오전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의 주도(州都)인 벨루오리존치 시 인근 브루마지뉴 지역에 있는 댐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주에서는 광산 댐이 붕괴되며 쏟아진 흙더미가 인근 마을을 덮쳐 가옥 수백채가 침수되는 사고가 있었다. 27일(현지시간) 오후 실종자와 사망자수는 각각 약 300명, 58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대부분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