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성장률 2.6%로 낮추면서…금리인하 묻자 세번 손사래

중앙일보

입력 2019.01.25 00:05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급속한 경기 둔화 가능성은 없다. 현재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세 번의 질문에도 이 총재는 인하 가능성에 모두 손사래를 쳤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75%로 유지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읽혔다.

이 총재 “급속한 경기둔화 없을것”
기준금리 인하에 선 그었지만
올 성장률 2.7%서 0.1%P 하향
금융계 “한은, 경기 오판 인정한 셈”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두 달 만에 금리 인하론이 고개를 드는 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져서다. 한국은행도 빌미를 제공했다. 석 달만에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낮췄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2019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2.7%)보다 0.1%포인트 낮다. 1년 전(2.9%)보다 많이 내려갔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2.6%)는 올해와 같다.  
 
한은의 올해 경제 전망은 정부(2.6~2.7%)와 비슷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2.5%)과 현대경제연구원(2.5%)보다 낙관적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금리를 올린 한은이 이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것은 경기 전망 오판을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한국 경제의 먹구름은 더 짙어질 듯하다. 공격적 재정 투입에 나설 정부를 빼고는 믿을 구석이 없어 보여서다. 한은은 올해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1.0%포인트로 지난해(0.9%포인트)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 전망은 석 달 전보다 비관적이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민간소비(2.6%)와 상품 수출(3.1%)의 증가율은 지난해 10월보다 각각 0.1%포인트씩 낮아졌다. 건설투자(-3.2%)는 올해도 부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기존 전망치(-2.5%)보다 0.7%포인트 악화했다. 설비투자(2%) 전망이 그나마 긍정적이지만 이 수치도 석 달 전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그런데도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만 낮춘 것은 올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수입 증가세(2.3%)가 0.4%포인트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착시 효과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이 증가하는 속도가 느려지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결과적으로 순수출(수입-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낮아지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조 연구위원은 “반도체 경기 전망은 국내 기관과 해외 투자은행(IB)의 시각이 엇갈린다”며 “저유가 기조가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만큼 상황에 따라 올해 경제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갑을 푼 정부의 약발이 얼마나 먹히느냐도 관건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정 효과가 기대보다 못하면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더 떨어뜨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제 전망의 먹구름은 고용까지 미쳤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증가수(전년 대비)를 14만 명으로 예상했다. 지난해(9만7000명)보다는 많아졌다. 하지만 1년 전 전망치(29만 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특히 상반기에는 취업자 증가수가 9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당분간 취업 시장에서 온기를 느끼기는 어려울 듯 하다.  
 
한은은 “정부의 일자리와 소득지원 정책,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 등에 힘입어 고용 상황은 점차 나아지겠지만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4%였다. 지난해 10월 전망치(1.7%)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 구원은 “한은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지며 올해 안에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