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심문은 오후 4시까지 5시간30분간 진행됐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때(6시간)와 비슷하다. 역대 최장 구속영장심사는 ‘국정농단’ 혐의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총 8시간40분이었다.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7시간30분)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시간30분)도 장시간 걸렸다.
전직 대법원장 초유의 영장심사
전담 판사들 지난 주말에도 출근
검사 4명, 40개 혐의 PPT 준비
양승태 포토라인서 잠시 멈칫
검찰은 40여 개에 달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법원에 설명하기 위해 파워포인트(PPT) 자료도 준비했다. 이날 심문 전 역할을 나눠 예행연습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피고인 측 변호인인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수차례 만났다는 사실을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에 직접 관여한 점을 강조해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려는 전략이다. 반면에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해 “실무진이 한 일이라 알지 못한다” “대법원장으로서 죄가 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며 적극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심사 종료 후 양 전 대법원장은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굳은 얼굴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대기 차량을 타고 법원을 나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뒤를 이어 나온 최정숙 변호사도 취재진의 질문에 한숨만 쉬며 아무 답변이 없다가 결국 중간에 멈춰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고만 말한 뒤 법원을 빠져나갔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영장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했다.
법원 안팎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를 심리한 명재권 부장판사뿐 아니라 다른 영장전담 부장판사들도 모두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법원 사무실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명 부장판사가 결정을 내리겠지만 사실상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 발부 여부는 5명의 영장전담 재판부가 ‘합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에도 영장전담 판사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출근했다 .
이날 법원은 돌발상황에 대비해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들어갈 법원 1, 2층의 4번 출입구 인근엔 취재 허가 비표를 소지한 취재진 100여 명 외에는 출입이 통제됐다.
김기정·이후연·박태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