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중앙일보가 분석한 결과 취업자 수에 영향을 끼치는 ‘인구 효과’는 지난해 15만2600명이었다. ‘인구 효과’는 전년 대비 15세 이상 인구 증감에 전년도 고용률을 곱해 구하는 것으로 전년도 고용률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인구증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취업자 증감분을 뜻한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인구 효과를 밑돈 것도 2009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2010년대에는 해마다 ‘인구 효과 + α’의 신규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유지해오다가 지난해 α 앞의 부호가 ‘-’로 바뀐 셈이다. 2017년만 해도 늘어난 취업자 수는 31만6000명으로 당시 인구효과(19만7000명)를 12만명 가까이 웃돌았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주 52시간 제 시행으로 근로시간이 줄고, 일ㆍ가정양립형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자 수는 당연히 인구 효과 이상으로 늘어야 한다”며 “경기 둔화에 제조업 구조조정, 관광객 감소 등으로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5000명, 8월 3000명 등 취업자 증가 폭이 인구 효과에 턱없이 밑돌면서 ‘인구 탓’ 얘기는 잦아들었다. 대신 “취업자 증가 폭 둔화 원인은 구조적 요인, 경기적 요인, 정책적 요인 등이 있다”며 “좋은 의도의 정책도 속도, 어려운 경제여건 등과 맞물려 단기적으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일부 취약계층 고용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난해 말 진단이다.
전문가들도 지난해 취업자 수가 되려 ‘인구 효과’를 까먹은 배경에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책적 측면에 의한 노동비용 증가라는 부정적 효과가 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재정 5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은 것을 두고, 이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 효과가 지난해 연말에 나타난다더니, 지금은 1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로 바뀌었다”며 “이제 이념적 욕심을 버리고, 기업들과 소통ㆍ대화를 통해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15만 명 증가를 목표치로 잡았다. 지난해 7월 내놓은 2019년 장래인구추계 기준 인구 효과(14만9000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다. 753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올해 1월1일부터 8350원으로 10.9% 또 오르며 고용주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 1월 취업자는 전년보다 33만4000명이나 늘었다. 지난해 월별 기준으로는 가장 좋은 고용 성적을 낸 달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1월에는 이른바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수치가 상당히 안 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재정으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올해 취업자 15만명 증가 목표도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손해용ㆍ김기환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