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 전날 상한가 기록한 황교안 테마주…정치권 테마주 요지경

중앙일보

입력 2019.01.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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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2월27일)가 다가오면서 주요 정치적 이벤트때 마다 반짝 뜨는 테마주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지난 10월 이후 얼어붙은 코스피 시장에도 불구하고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며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전당대회 효과, 황교안ㆍ오세훈 테마주 급등
 

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유력 당권 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1일 부산 수영구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한국당을 입당하기 하루 전인 지난 14일 H사 주가는 29.9%가 상승해 상한가를 기록했다. H사 주가는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이 거론되던 지난해 연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주당 1600원이던 가격은 상승을 거듭하며 지난 14일엔 3415원을 기록했다. 한 달 보름 만에 120%가 오른 것이다. 22일 H사 주가는 3060원으로 마무리됐다. 연말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가량 오른 가격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테마주로 알려진 A사의 최근 3개월간 주가 변동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테마주로 알려진 B사의 최근 3개월간 주가 변동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테마주로 불리는 J사의 주식도 마찬가지다. 11월27일 3175원이던 주가는 계속 올라 14일 7190원을 찍었다. 22일엔 6740원으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 상승율이 0.86%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H·J사 주가가 정치인 테마주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코스피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이낙연ㆍ유시민 테마주도 상승
 

문 대통령, 국무회의 참석 22일 문재인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자료살펴보는 이낙연 국무총리.[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현상은 여권도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테마주가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3일 여권 인사 중 차기 대선 선호도 1위로 거론되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N사의 주식은 이날 하루에 29.9%(1685원→2190원)나 올랐다. 이날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8.4%를 기록해 취임 후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진 날이다. 다음날도 N사 주가는 13%가 상승하는 등 이상 급등을 이어가자 12월 5일부터 3일간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테마주로 알려진 C사의 최근 3개월간 주가 변동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 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11월 4주차 지지율 조사에서 처음으로 40%대를 기록했다. [ㅈ자료=리얼미터]

 
22일 N사 주가는 2900원으로 지난달 초 가격보다 여전히 70%이상 오른 상태다.
불출마 의사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유력 차기 주자로 꼽히는 유시민 작가도 마찬가지다. 유 작가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 ‘유시민 테마주’로 불리는 B사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3일 23.2%(1270원→1565원)가 뛰었다. 하지만 유 작가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불출마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다른 테마주에 비해서는 이후 상승폭이 두드러지진 않았다. B사 주가는 22일 1830원을 기록했다.
 

유시민 테마주로 알려진 D사의 최근 3개월간 주가 변동

 
그렇다면 이들 주식은 실제로 해당 인사들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이에대해 해당 회사는 물론이고 정치인 본인들도 손사래를 친다. 학연이나 혈연이 있긴 하지만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J사는 지난달초 공시까지 냈다. 당시 J사는 “최근 당사의 Y 이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동문이라는 이유로 속칭 테마주로 여겨지며 심한 주가변동을 겪어 공시를 내게 됐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양측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며 사적, 공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N사도 지난달 공시를 통해 “‘이낙연 테마주’ 기사 관련, 당사와 계열관계인 SM그룹 삼환기업의 이계연 대표이사와 이낙연 국무총리가 친형제인 것은 사실이나, 과거 및 현재 이낙연 국무총리는 당사의 사업과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H사에 대해서도 황 전 총리측은 “우리와 아무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H사의 최대 주주와 황 전 총리가 성균관대 동문이라고 한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007년 6월 17일 오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한반도 대운하 설명회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에 정치권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대선부터로 본다. 당시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관련주들이 최대 수십 배까지 급등했다. 이어 2012년 대선에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만든 안랩 등 관련주가 요동쳤다.
 
이와 관련해 이종우 전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부분 정치인 테마주는 해당 정치인과 연관이 없고, ‘세력’들이 ‘한탕’을 노리고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말도 대체로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테마주를 활용한다는 견해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테마주에 투자하는 순간 투자자들로서는 해당 정치인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강력한 지지층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요즘엔 역으로 테마주를 먼저 띄우는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