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2월 동·식물 실험 유튜브 채널 '에그박사'를 개설한 김경윤씨의 말입니다. 채널 대표 얼굴로 구독자들에게 '에그박사'로 불리는 그 외에도 김경민·양찬형씨가 촬영·편집 역할을 맡아 팀을 꾸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겨울방학을 맞이한 소중 독자들을 위해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곤충화석 실험을 소개합니다. 또,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친구들을 위한 조언부터 학창시절 꿈이 어른이 되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는 주은성 학생기자, 꿈이 너무 많아 아직 잘 모르지만 에그박사를 평소 즐겨 봤다는 양유찬 학생기자가 부산에 있는 콘텐츠랩 스튜디오로 찾아갔습니다. 에그박사 팀은 이곳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데, 이들이 다루는 동물이 있는 동물원도 근처에 있거든요.
에그박사와 내 방에서 작은 실험 해볼까요
A. 초2 때부터 별명이 '에그'(Egg·달걀)였어요. 얼굴이 길어서 달걀·타조알 등이 별명이었죠. 친구들이 이름 대신 그걸 불러서 에그박사라고 지었어요. 또 다른 의미도 있죠. 나중에 붙인 건데요. 곤충 친구들이 태어날 때 알에서 나오죠. 태생은 알에서 출발하는 거예요. 저희가 생물을 다루니 개념이 통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 초4 때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종군 기자 지망생이기도 했는데요. 어느새 꿈이 바뀌어서 지금은 영상으로 친구들을 만나고 있네요. 여러분도 어린 시절 꿈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요.
A. 인터넷에서도 찾고 아는 사람에게도 물어보죠. 김경민씨가 응용생물전공이고 주변에 대학 선후배 등 자연·생물에 대해 아는 박사들이 많아요. 진짜 박사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거죠. 이를 바탕으로 제가 공부해서 재구성하죠. 전문적이고 어려운 지식을 다 전하면 알아듣기 어려우니까 스스로 공부해서 파악한 것만 전달해요. 아이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용어를 선택합니다. 사실 에그박사로서 촬영에 임할 때는 대본이 없고 즉흥적으로 해요. 동물 프로그램인 셈이니까 대본 없이 주제만 정해서 동물 반응 따라 내용을 꾸리죠. 또, 해외 신기한 영상이 있죠. 그런 거 보고 '저게 될까' 싶어서 우리도 따라 해요. 풀 때 에그박사만의 색으로 풀죠. 곤충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콘텐트 대상이 '자연'이 됐어요.
A. 콘텐트마다 다른데요. 긴 것 예를 들어볼게요. 제주도에 쇠똥구리 찾으러 간 적이 있어요. 폭염주의보가 내렸는데 이틀 동안 찍었죠. 이틀 동안 낮에는 오름이라는 데를 다 뒤졌죠. 말똥을요. 걔가 똥에 사니까요. 이러면 총 영상이 길죠. 편집 맡은 팀원은 고생 좀 하죠. 하지만 촬영과 편집을 한 팀원이 하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어디를 어떻게 편집해야겠다는 구성도 웬만해선 다 정합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종일 걸려 영상 3~4개 정도를 뽑아냅니다. 그걸 나눠 월·수·금 5시, 토요일 1시 정기 업로드하고 있고요. 체계적으로 구성했죠.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영상이 올라올지 모르면 안 되잖아요. 텔레비전처럼 정기적으로 해둔 거예요. 기다리는 사람들이 때 되면 볼 수 있게요.
A. 장난감이나 액체괴물은 많잖아요. 근데 자연은 많이 없죠. 저나 친구들은 어릴 때 여름방학이면 개구리 잡고 가재 잡고 물고기 잡고 놀았죠. 요즘은 다 게임하고 핸드폰하고 그러고 놀잖아요. 에그박사 영상 보고 밖에서 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A. 스트레스받는 동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동물도 있죠. 저는 동물이 스트레스받는 걸 막으려고 꽤나 노력합니다. 최대한 동물과 교감하는 걸 담아요. 마구 다루면 당연히 스트레스받죠. 어루만지고 교감하고 먹이도 줍니다. 동물이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싶으면 촬영을 중단해요. 하기 전에 다룰 동물에 대해 찾아보고 스트레스 안 받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고요.
A. 손에 작은 흉터가 많죠. 장수풍뎅, 사슴벌레 등 곤충 친구들은 나무를 올라가죠. 발톱이 있어요. 사막여우도 발톱이 있고 거기에 긁힌 거죠. 무작정 장수풍뎅이 잡아 떼면 피가 나고 살이 뜯어져 나오고 그래요. 살살 만지면서 방향을 떼면 안 다쳐요. 그런 걸 시간이 지나면서 터득했죠.
A. 에그박사는 팀이에요. 세 명이고요. 김경민씨는 백과사전, 동물자연백과사전 만드는 게 꿈이고. 저는 많은 친구들이 집에서 게임만 하는 것보다 밖에서 자연에서 놀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자화자찬이네요. 어린 친구들이 영상을 보거든요. 세 살, 네 살, 다섯 살. 그런 친구들이 많이 봐요. 어떤 친구는 꿈이 에그박사예요. 그런 얘기 들으면 어깨가 무겁죠. 동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저도 거미를 무서워하는데, 그와 유사한 곤충도 별로 안 좋아했습니다. 거미는 지금도 좀 무섭지만 곤충은 이제 아주 잘 만집니다. 자꾸 보고 익숙해지면 됩니다. 계속 보면 친해져요. 실제 제 영상을 보면서 곤충을 안 무서워하게 됐다는 친구가 있었죠. 학부모 피드백도 많이 받는데요. 아이들이 제 콘텐트 속 동식물을 보고 자연에 나가 생물을 만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집순이였는데 에그박사 영상 보고 밖으로 나가자고 한 친구도 있죠. 감사하다는 e메일을 보고 놀랐죠. 책임감도 들고 아직은 실감이 안 날 때도 있습니다.
에그박사가 소중 독자를 위해 준비한 '겨울방학 내 방에서 하는 실험'
① 화석이 될 죽은 벌레를 하나씩 골랐어요. 주은성 학생기자는 풍이, 양유찬 학생기자는 왕사슴벌레를 골랐죠.
③ 통에 아크릴수지를 3분의 1 넣으세요. 그 위에 벌레를 원하는 자세로 놓아요.
⑥ ④번처럼 기포가 들어가지 않게 유의하세요. 또, 기포가 생기면 위에 굳은 아크릴수지를 스포이트로 살짝 눌러 기포를 뺍니다.
⑧ UV 램프를 다시 틀어 아크릴수지를 굳힙니다. 이 과정은 완성품이 견고해질 때까지 지속합니다.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이원용(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양유찬(대전 목양초 4)·주은성(과천 청계초 6) 학생기자
학생기자 동행 후기
양유찬(대전 목양초 4)
자연, 동물, 곤충을 주제로 유튜브 영상을 올려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죠. 좋은 목적으로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들이 많아 졌으면 좋겠어요. 유튜버들이 게임이나 장난감 리뷰를 하면서도 하는 자신이 유튜브를 찍는 목적을 생각하면서 찍었으면 좋겠고요. 에그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후 배운 게 있죠. 콘텐트 기획은 좋은 의도로 해야 한다는 거예요.
주은성(과천 청계초 6)
평소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꿨어요. 취재 가는 길에도 게임, 먹는 방송(먹방), 일상 브이로그(vlog=video+log) 영상 등을 콘셉트로 삼은 크리에이터들의 콘텐트를 봤죠. 에그박사를 만나고 나니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에그박사가 다루는 콘텐트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게 촬영해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 저는 영상 속 에그박사님이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