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2019 북미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해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2022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미래차 주도권 겨냥해 변신 선언
2022년까지 1500만대 생산 목표
중국·미국에도 전기차 공장 건설
자율주행 플랫폼 경쟁 치열해져
폴크스바겐 그룹은 2015년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사건인 ‘디젤 게이트’로 회사 창립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전기차 시장의 거인’으로 돌아왔다. 2016년 일본 도요타를 꺾고 글로벌 완성차 판매 1위에 복귀한 뒤, 3년 연속 이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기도 하다.
2017년 9월 당시 마티아스 뮐러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은 이른바 ‘로드맵 E’를 발표하며 전기차 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로 세계 1, 2위를 다퉜던 ‘완성차 공룡’이 하루아침에 테슬라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폴크스바겐 그룹이 ‘전기차 제국’ 건설에 나선 건 세계 자동차 시장이 이른바 ‘모빌리티(이동성)’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서다. 전기차·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장은 자동차를 구매해 소유하는 대신, 공유(카셰어링)하거나 필요할 때 호출(카헤일링)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전통적 완성차 업체의 아성을 구글·우버·바이두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뛰어넘고 있는 것도 자동차 업계로선 위기감이 크다.
수퍼카(부가티·람보르기니·포르쉐)부터 고급차(벤틀리·아우디), 대중차(폴크스바겐·스코다), 상용차(만·스카니아), 모터바이크(두가티)에 이르기까지 ‘바퀴 달린 모든 것’을 생산하는 폴크스바겐 그룹으로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선 셈이다.
지난해 폴크스바겐 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Modular Electric Toolkit)’을 선보이면서 ‘일렉트릭 포 올(Electric For All)’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2022년까지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으로 그룹 산하 4개 자동차 브랜드에서 MEB를 기반으로 총 27종, 15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방침이다.
전문가는 전통적인 완성차 업계의 거인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미래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완성차 제조의 노하우와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완성차 진영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ICT 기업이 강점을 갖는 자율주행·모빌리티 플랫폼 경쟁에서도 승리자가 될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