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남이 된 충남지사 후보
지난 14일 오전 8시 10분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그를 만났다. 충남 공주시에서 오전 5시에 집을 나서 교회와 성당에서 예배와 미사를 본 뒤 6시 40분 고속버스를 탄다고 했다. 향후 정치를 계속할 공주시(지역구로는 공주-부여-청양)에 살고 있고, 서울 일과가 늦어지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 비즈니스호텔에 묵는다.
- 고속버스 출ㆍ퇴근이 힘들지 않나.
- “19대 국회의원 시절 습관이 됐다. 서울에 숙소를 구할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고속버스 출퇴근을 하게 된 것인데, 소문이 나다 보니 민원인들을 만나는 공간이 됐다. (※2017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박 실장은 마이너스 6465만원을 신고했다) 공주시에서 출근하는 아침에 터미널에서 민원인을 만나고 함께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왔다. 매일 시민 50명 정도를 만나고 성실하다는 소문까지 나니까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
‘대통령의 입’에서 ‘국회의장의 귀’로
- 청와대 대변인과 국회의장 비서실장 중 뭐가 더 힘든가.
- “청와대보다 국회가 1.5배는 더 바쁜 것 같다. 청와대와 달리 국회는 열려 있다. 여러 국민의 소리가 민원의 형태로 온다. 하루 평균 20건 안팎의 접견이 잡힌다. 청와대에서는 입이었다면 여기는 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검찰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받았다던데.
- “그렇다. ‘김영미씨와 불륜 관계입니까’라는 질문을 100번 가까이 들은 것 같다. 수치스러웠지만 진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정치적ㆍ사회적으로 악의적인 주장은 계속 나올 것이다. 김영미씨도 거짓말탐기지 조사를 받았고 나와 같이 진실 반응이 나왔다. 나는 정치인이니까 감내한다고 하더라도 그 오랜 시간 고통받은 한 여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로 인해 받은 고통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녀에게 차라리 나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갈 의향이 있는지 물어볼 생각을 하게 됐다.”
“스캔들 그녀에게 프러포즈 하렵니다”
- 스캔들이 났던 여성에게 프러포즈하는 건가.
- “그녀는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이혼녀다. 재력도 없다. 저 역시 선천성 뇌성마비 아이를 낳아서 키우다가 잃었다.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껴왔고, 정치적으로 악용돼 고통과 수모를 겪은 것에 대해 인격이나 인권 차원에서 책임 있게 정리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고통과 수모의 시간이 인연의 징검다리가 되길 바란다.”
- 그랬다가 과거의 관계가 다시 의심받을 수도 있는데.
- “악의적으로 보는 사람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현재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벗어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계속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정치인의 안주인 자리를 비워두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안희정에게 정치 지우라고 했다”
- 안희정 전 지사와는 연락을 하나.
- “만나서 함께 울면서 오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때때로 전화 통화도 한다. 연초에도 통화는 했다. 지금도 ‘너무 부끄럽다. 친구인 너마저도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작년 가을에 만났을 때 보니 농사를 잘 지어놨더라. 아마 부끄러운 마음, 괴로운 마음을 둘 데 없어서 농사에 열중하고 살지 않았나 싶다.”
- 앞으로에 대한 얘기도 했나.
- “정치인으로서의 계획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한 인간으로서 부끄러움을 어떻게 감내하고 살아야 할 것인지가 더 큰 고민일 것 같다. 함께 울면서도 냉정하게 얘기했다. 정치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에서 지우라고. 전도유망했던 정치인이었던 내 친구에게 정치에 대한 생각을 버리라고 할 때 내 마음은 얼마나 아팠겠냐. 그런 자세를 가져야 그나마 국민들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용서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 “동의한다.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하는 큰 방향을 정리한 의미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안희정도 개인 한 명이 주저앉는 것을 떠나서 한 시대의 잘못된 것들이 정리되는 계기가 된 측면에서의 의미를 생각할 것이다.”
최근엔 박 실장이 청와대 대변인 시절에 과거 정부 청와대의 캐비넷 문건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고소된 사건이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청와대 문건 폭로와 관련해 다시 논란이 됐다. 김 수사관의 사례에 비춰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언제든 당당히 조사받겠다”고 했다. 이어 “그런 문건이 발견됐는데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서 숨기는 것이 더 문제 아닌가. 당시 청와대에서도 그런 문건이 자꾸 나와서 곤혹스러워 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무적 판단을 해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즉시 공개하는 것만이 바른길이고 투명한 길이란 생각을 대부분 했다. 편법이나 꼼수를 쓰는 게 촛불광장으로 탄생한 정부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촛불의 제도화’ 문희상 체제에서 해내야
- 문희상 국회의장의 후반기 국회의 목표는 뭔가.
- “문 의장은 협치ㆍ실력ㆍ미래 국회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회법을 바꿔서 소위원회를 활성화하고 법으로 정례화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지금 국회는 법안 처리 1단계인 법안심사 소위조차 일정을 잡기 어렵다. 비생산적 국회가 되는 이유다. 생산성을 높이고 실력 있는 국회라는 소리를 들어야 국민 신뢰가 1%라도 올라간다는 게 문 의장의 독려 사항이다.”
박 실장은 문희상 국회의장 체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반기 국회는 시민의 촛불로 이뤄진 정부가 광장의 목소리를 제도화해야 할 절체절명의 3년차에 들어서는 것이다. 광장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국민적 노력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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