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문에서 북한 측은 이 호텔 8층의 절반 가량을 사용하고 있다. 듀폰 서클은 지난해 5월 김 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숙소로 사용했던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40층, 439개 객실)보다 규모나 시설 면에서 다소 격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1박에 2500달러(281만원)인 호텔 9층 펜트하우스에 묵었다.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 김성혜 통전부 실장, 김혁철 전 스페인대사, 박철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 대표단은 펜트하우스와 연결된 8층 스위트룸 등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트룸도 1박에 300달러~1000달러(31만~112만원)에 달한다. 국무부는 10여명 북 대표단의 경호와 지원을 위해 8층 약 30개 객실을 통째로 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인 백악관 바로 길 건너에 고급 호텔들이 즐비한 데도 북한 대표단이 1.6㎞가량 떨어진 곳에 여장을 푼 이유는 뭘까. 대북제재로 인해 뉴욕을 제외한 지역에서 활동이 어려운 북한의 여건상 미 국무부가 숙소 선정은 물론 비용까지 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북제재 대상자에 최고급 호텔 논란 우려
셧다운 사태로 인한 국무부 고육책일 수도
김영철 펜트하우스는 1박 $2500(281만원)
北대표단 포함 경호지원 30개 객실료 부담
이런 상황에서 북한 대표단이 미국의 심장부에서 최고급 호텔에 묵도록 ‘방치’할 경우 제재가 무색해지는 모양이 연출 될 수 있다. 따라서 김 부위원장이 북한에서 장관 이상의 ‘급’이기는 하지만 4성급 비즈니스호텔을 이용토록 함으로써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미국 측의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장벽 설치예산 문제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간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연방정부는 셧다운, 즉 일시적 업무 정지 상태다. 만약 미국이 북한 측의 체류 비용을 부담할 경우 예산집행이 어려운 셧다운 상태라는 점에서 국무부가 특별가격 계약을 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듀폰서클을 택했을 수 있다.
한 유명 호텔 예약사이트에 따르면 18일 현재 백악관 앞의 고급 호텔인 JW메리어트의 1박 비용은 55만 8956원으로 나와 있다. W 호텔은 이보다 10여만원 비싼 65만9972원이다. 반면 김 부위원장이 묵고 있는 듀폰 서클 호텔은 43만 6951원이다. 현지 관광가이드는 “듀폰 서클 호텔은 미 국무부와 협약을 맺고 있어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객실료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24시간 북한 관계자들을 경호하는 경호원들이나 국무부 관계자들도 호텔을 이용하는데 다양한 편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북한 대표단은 국무부 외교안보국(DSS)에서 전담해 지원한다. 한국대사관도 호텔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도움 받을 수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