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에 새겨진 자부심
마누엘 1세(1469~1521)는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의 이슬람식 타일에 매료된 뒤 왕궁을 타일로 치장하기 시작했고, 이후 전국적으로 아줄레주가 유행했다. 도시는 곧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16세기엔 그 기술이 절정을 이뤄 장식 타일이 식기를 비롯해 생활 전반에 스몄다. 500년 넘게 이어온 아줄레주에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는 포르투갈인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포르투 사람들의 무표정 속에 ‘어떤 뜨거움과 사랑스러움이 감춰져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코발트블루로 집을 꾸민 사람들이 차가울 리 없었다.
포르투갈 제2의 도시
푸른 타일 반짝이는 2000년 고도
신도심엔 일본식 정원 갖춘 미술관
포트와인과 해산물 요리 찰떡 궁합
포르투인은 역사와 전통까지 타일 하나하나에 아로새기고 싶어했다. 예를 들어 도시의 랜드마크 상벤투 기차역은 2만 장이 넘는 아줄레주로 꾸며져 있다. 대항해시대 세계를 무대로 삼았던 대제국의 역사가 그대로 담겼다. 역사책에서나 봤던 ‘항해왕’ 엔히크 왕자(1394~1460), 국부로 추앙받는 아폰수 1세(1109~85)도 모자이크 타일 속에 있다. 모두 포르투 최고의 아줄레주 화가로 불리는 조르주 콜라수(1868~1942)의 작품이다. 영화로운 과거를 잊지 못하는 노신사와 포르투를 이제 막 방문한 여행자가 그 위대한 예술작품을 함께 올려다본다.
동서양 미학의 만남
예를 들면 세랄베스 현대 미술관이 있다. 1930년대 비젤라 카를로스 알베르토 백작의 집과 정원 부지를 활용해 1999년 개장한 미술관이다. 포르투갈의 대표 건축가인 알바로 시자가 설계했다.
알베르토 백작은 동양 미학에 심취했거나, 모든 사물이 잘 조율된 일본식 정원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은 중정이 있는 ‘ㄷ’자 형태다. 일주문과 같은 출입구를 지나면 널따란 마당이 나오고, 다시 매표소를 지나면 강당과 미술관 사이 중간 마당이 이어진다. 극적인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공간이다. 정원 곳곳에 미술품이 숨어 있다. 산책을 즐기며 보물찾기하듯 미술작품을 만나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포트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포르투 가정식의 대표 주자는 대구 요리 ‘바칼라우’다. 특히 대구살 스테이크 ‘필레테 데 바칼라우’는 어디서나 빠지지 않는 국민 음식이다. 염장한 말린 대구를 물에 불려 두었다가 감자와 섞어 으깨서 먹는 ‘바칼라우 아 브라스’도 꼭 먹어봐야 하는 대구 요리다.
구도심에서 강을 건너 남쪽으로 가보자.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구에 포트와인 명가들의 빈티지 와인 저장고가 있다. 100년이 넘도록 처음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가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200여년간 5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 온 ‘그라함 포트’나 매일 밤 포르투갈 대중가요 ‘파두’ 공연이 열리는 ‘카렘 포트’ 등이 괜찮다.
포르투식 패스트푸드 ‘프란세지냐’도 놓치면 안 되는 포르투 음식이다. ‘작은 프랑스 공주’를 뜻하는 프란세지냐는 햄버거의 일종이다. 워낙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어서 ‘내장 파괴 버거’라 불린다. 샌드위치 속에 구운 돼지고기와 햄, 소시지 등을 겹겹이 쌓고 마지막에 치즈를 올려 녹인 뒤 특제 토마토소스를 끼얹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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