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지각생’ 한국에서도 민간 우주산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연구개발(R&D) 수준으로 우주기술을 키워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기업에서부터 쎄트렉아이·AP위성 등 중소기업들까지 나서 내수와 수출 양쪽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KAI·한화 등 위성·로켓 개발 앞장
쎄트렉아이·AP위성 중기도 가세
정부 “우주기업 본격 육성할 것”
미국 등은 민간이 우주산업 주도
이 팀장은 “1996년 다목적 실용위성 1호에 들어가는 전자부품 개발을 시작으로 조금씩 매출을 올려서 지난해에는 500억원까지 성장했고, 2025년에까지는 연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KAI에서 우주산업은 미래성장동력으로, 현재는 매출비중이 작지만, 향후에는 급속히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4월 한화테크윈에서 우주항공 분야를 분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발족시켰다. 우주항공 분야를 중점 육성하겠다는 그룹의 의지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한국형발사체에 들어갈 75t·7t 액체 로켓엔진의 총조립과 터보펌프·개폐밸브 제작 등을 맡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을 못지않다. 이미 해외 수출고를 올리고 있는 쎄트렉아이 외에도 ‘AP위성’이라는 이름의 중소기업이 위성 통신·제조 분야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류장수 AP위성 대표는 “2017년 4월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6·7호 탑재체 개발 업체로 선정됐다”며 “같은 해 5월에는 2020년 발사되는 달 궤도선에 들어갈 174억원 규모의 탑재 전자장치 설계 및 제작도 계약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독일처럼 특정 부품 개발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는 게 류 대표의 생각이다. 류 대표는 항우연 출신으로, 아리랑 1호 발사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았던 인물이다.
사실 미국과 유럽·일본 등 우주 강국들에는 민간주도의 우주산업이 꽃 핀지 오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국제우주정거장을 오가는 화물우주선 임무를 스페이스X와 보잉에 맡겨두고 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을 활용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위성 발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모두 20차례의 로켓을 쏘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일본도 2002년에 이미 정부가 미쓰비시 등 민간기업에 우주기술을 이관해, 다양한 민간기업들이 우주산업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국내 기업의 성과를 산업 전체로 확대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우주개발 생태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과제’를 확정, 발표했다. 그간 출연연이 주도해왔던 우주산업을 민간 중심으로 활성화하고 우주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2016년 기준 2조7000억원인 우주산업의 규모를 2021년 3조7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우주는 인류의 꿈이자, 가까운 미래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분야로, 우주개발에 대한 장기적 비전과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향후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정책이 더욱 역동적이고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이 우주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우주 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주기술 개발 초기 단계였던 1996년에는 현대와 삼성·대우 등 대기업이 우주사업에 참여했지만, 불안한 수요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시장을 이탈했다”며 “정부의 우주개발계획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한 KAI 팀장은 “아직 기술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이 대부분 국가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며 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록히드마틴·보잉 등 기업이 NASA로부터 물량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으며 성장한 덕분에 오늘날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기업에 전문 인력이 공급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