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수유동 한신대 인근에 GS25와 이마트24가 각각 문을 열었다. 전국 4만여 점주가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아우성을 치던 지난해 10월과 11월이다. 하지만 20·30대 젊은 사장은 “포화 상태인 건 맞지만 (나는) 해볼 만하다”고 판단해 편의점 전선에 뛰어들었다.
편의점 잔뼈 굵은 2인의 젊은 사장
20대 알바로 시작, 점장 거쳐 창업
하루 매출 100만~120만원 공통점
지난해 10월 뛰어든 28세 점주
“가장 잘하는 일 … 굶을 정도 아니다”
밑천 8000만원 들인 35세 점주
“사정 뻔히 아니까 안 하려 했지만 …”
“주변 점포 한두 곳은 닫아야 생존
혹시 내가 포기하게 될까 두려워”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편의점 평균 매출은 160만~180만원으로 2017년과 비슷한 가운데, 인건비 부담은 월 20만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편협 관계자는 “시급 8350원으로 월급을 줘야 하는 내달 초엔 인건비 부담이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점주는 20대가 되자마자 편의점에 발을 들여 군대 2년여를 빼곤 줄곧 편의점서 일했으며, 점장을 거쳐 창업 수순을 밟았다. 김 씨는 “편의점 수익을 뻔히 알기에 이것만은 안 하려고 했지만, 그간 벌어둔 80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게 PC방, 편의점, 작은 치킨집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지금의 자리를 알아보는 데만도 반년 이상 걸렸다. “집 근처 노원·도봉·강북구는 물론 경기도까디 뒤졌지만, 그나마 여기가 가장 나았다”고 했다.
GS25 점주의 창업 이유는 조금 다르다. “알바 시절부터 편의점 사장을 할 생각이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편의점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시급 오르는 게 맞다 … 단, 차등 둬야”
김 씨가 첫 알바를 시작한 2005년 시급은 3000원 안팎으로 하루 10시간씩 주 5일을 일해도 50~60만원이었다. 또 주휴수당은 있는지도 몰랐다. 반면 당시 편의점은 "하루 매출 200만원은 우습게 알던 시절"이었다. 또 "편의점 사장이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괜찮은 직업"이지만 지금은 편의점 사장이라는 것에 자괴감이 들 정도다.
GS25 점주도 마찬가지다. 지난 7년 동안 편의점 알바를 해서 가장 많이 받은 월급은 200만원가량이다. GS25 점주는 “시급 6000~7000원이었을 때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명절에 얼마를 더 받았을 때”라고 말했다.
입장이 바뀌어 고용주가 됐지만, 최저시급은 “오르는 게 맞다. 단 예외조항을 뒀으면 좋겠다”며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은 많이 받을 것이고, 일이 쉬워 알바하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또 “지금 최저시급을 놓고 사장과 알바 간에 감정의 골이 있는 건 그간 알바를 하면서 제대로 못 받은 경험이 한 번씩은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시급 결정은 시장에 맡겨두고 대신 노동법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는지 감독하는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24는 오전 시간에 적자를 보면서도 문을 열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하고, 오전 7~10시와 오후 11시~오전 1시까지는 알바를 고용한다. 하지만 아침 3시간 매출은 3~4만원에 불과하다. 매출이익이 7200원~9600원(매출X마진 24%)인데, 3시간 시급으로 나가는 돈은 2만5050원(8350원X3시간)이다. “오전에 문을 닫을 수 없어 밑져가면서 알바를 쓰는” 셈이다.
20대 고용률 낮아지자 소자본 창업 늘어
20대의 편의점 창업 비중은 증가 추세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편의점 3사의 창업자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20대는 11.2%로 2015년(8.6%)보다 2.6%포인트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60대 이상은 8%에서 7.5%로 줄었다.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편의점 수익이 줄어들자 상대적으로 자본력을 갖춘 50대 이상 은퇴자 유입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노동강도가 세지면서 젊은 층의 유입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24를 기준으로 반경 250m 내엔 편의점 4개와 동네 마트 두 곳이 경쟁 중이다. 김 씨는 “하루 매출 170만~180만원이 목표”라고 했지만 쉽지 않다. “그 정도 뛰려면 주변 한두 군데가 문을 닫아야 가능하다. 혹시나 내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