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1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여부 및 행사 범위를 검토하도록 했다. 기금위는 수탁자책임위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주주권행사 이행 여부 등을 2월 초까지 최종 결정한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수탁자책임위 열어 범위 등 논의
스튜어드십 코드 첫 적용 착수
이사진 선임 간여 수준 될 듯
재계 “정부가 기업경영 개입 우려”
자본시장 큰손이지만 그동안 주총 거수기로 불리며 존재감이 없었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했다. 원칙적으로는 경영 참여를 배제하지만 중대한 사인이 생겨 기금위가 의결한 경우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대한항공에 경영진 일가의 일탈 행위와 해결 방안을 밝혀달라는 공개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또 경영진과 사외이사와의 비공개 면담도 했다.
이날 주주권 논의가 시작되자 대한항공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국민연금 결정에 대해 그룹 내에서 어떤 방침을 정하거나 대응책을 확정한 것은 없다”며 “앞으로 논의 추이를 지켜보며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국민연금이 대기업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자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넘어 다른 기업을 행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정부가 막대한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을 활용해 필요할 때마다 기업 경영에 간섭할 경우 연금 사회주의 논란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특정 기업의 경영 행태가 정부가 원하는 모습과 다르다고 해서 개입한다면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미국은 차등 의결권이 있어서 경영권을 보장하고 일본은 외부 의결권 전문기관에 맡겨 정부로부터 독립을 보장한다. 이런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은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을 위해 수익을 극대화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 국민연금이 정치적인 이슈에 따라 경영권에 개입해서 기업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양교수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게 된다면 이것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68%를 가진 2대 주주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은 7.34%를 보유해 조 회장 일가(28.70%), 최근 한진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사모펀드 KCGI(10.81%)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주식을 갖고 있다.
이에스더·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