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도교육청은 올해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를 위한 지표와 일정을 최근 확정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은 자사고 운영 성과를 5년마다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사고가 평가 결과때문에 강제로 취소된 사례는 없다. 지원자 미달 등의 이유로 학교가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경우만 있다. 이는 교육감이 자사고를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법 조항때문이다. 지난 2015년 서울시교육청은 평가 점수가 낮은 6개 자사고를 취소시키려 했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의 동의를 받지 못해 실패했다.
합격 문턱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평가 지표도 자사고에 불리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의 2015년과 이번 평가 지표별 배점을 비교하면 ‘교원 전문성’은 3점 낮아지고 ‘학교 구성원 만족도’도 4점, ‘재정 여건’도 5점 낮아졌다. 대신 ‘교육과정 적절성’이 6점, ‘교육청 재량평가’가 2점 높아졌다. 특히 교육청 재량평가는 교육청 지적사항 등이 있을 경우 최대 12점까지 감점시킬 수 있도록 했다.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학교 만족도나 교원 전문성처럼 자사고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지표는 낮추고 교육청 재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에 통과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자사고 폐지 1단계에 이어 2단계가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1단계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모집 시기 일원화, 2단계는 자사고 평가를 통한 단계적 일반고 전환이었다. 이어 3단계는 고교 체제를 전반적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단계 조치에 해당하는 ‘고입 동시 선발’을 시행한 바 있다.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하지 못하도록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모집하도록 하고 일반고 중복 지원도 금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에 반발한 자사고들이 헌법소원을 내면서 모집 시기는 일원화됐지만 자사고·일반고 중복 지원 금지는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유예됐다.
2단계 조치가 본격화하는 올해는 자사고 및 학부모와 정부·교육청 간 갈등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입시 경쟁률이 지난해와 비슷하다. 그만큼 수요자 요구가 있다는 뜻인데, 교육청이 이를 무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 교장은 “폐지 수단이 돼버린 자사고 평가의 불합리성을 면밀히 검토해 조만간 전국자사고연합회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과장은 “평가의 큰 틀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자사고들이 지금까지 평가가 요구하는 방향대로 노력해왔다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